'한국전쟁 고아 아버지' 위트컴의 한국인 딸
"저를 리처드 위트컴 장군(1894∼1982)의 딸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개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다룬 유튜브 동영상에 깜짝 댓글을 다는 등 평소 장애인을 향한 대통령의 관심에 고맙다는 말도 전했지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민태정 위트컴희망재단 이사장(사진)은 '국빈 방미'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 참석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인터뷰는 전화와 서면 등으로 진행됐다.
민 이사장은 아버지야말로 한미동맹의 상징적 인물이 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미군 장군이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후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장군님만은 한국에 남아서 전후 재건을 위해 노력했고, 영면하면서 한국에 묻어 달라는 유언까지 남겨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분"이고 말했다.
민 이사장이 열네 살이었을 때 위트컴 장군과 부녀의 연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군수사령관이었던 위트컴 장군은 부산에 주둔하며 한국을 일으켜 세우는 데 힘썼다. 1953년 휴전협정 후에도 한국에 남아 전쟁고아를 돌보다 우리나라 최초 아동보육시설(익선원)을 설립한 고(故) 한묘숙 여사(1927~2017)와 부부가 되면서 민 이사장은 위트컴 장군의 의붓딸이 됐다.
민 이사장은 아버지를 '딸바보'로 기억한다. 서울 반도호텔(롯데호텔 전신)에서 식사하고 택시로 자신을 돌려보내면서 항상 차량번호를 기록하던 모습이 선하다. 딸의 연애 코치도 자처했다. 남자가 데이트를 신청하면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싫어도 꼭 한 번은 만나보라고 조언했다. 그가 열여덟 살 때 미국 유학을 택한 것도 아버지 권유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 유학 간 딸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민 이사장은 하와이대에서 신문학 학사를, 콜로라도 주립대 대학원에서 신문학 석사를 취득하고 처음에는 기자라는 꿈을 꿨지만, 인생의 경로를 크게 바꾸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주사에 있는 개신교 사립대 아주사퍼시픽대에서 가정상담학을 전공한 후 주 전역에 설치된 21곳의 발달장애 지역센터(Harbor Regional Center) 중 한 곳에서 봉사활동가로 40년째 근무 중이다. 그곳에서 장애인과 집단거주시설을 연결해주고, 특수학교 졸업생의 대입과 취업을 돕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전쟁고아를 도운 것처럼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이를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위트컴 장군 조형물 조감도를 본 소감도 전했다. 그는 "시민 모금으로 만들어지는 장군의 조형물은 선친의 사상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며 "위엄 있는 조형물보다는 시민들이 편하게 어깨동무하고 함께 사진 찍는 명소의 중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형물 건립은 지난해 11월 시민 모금운동이 시작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위트컴 장군과 전쟁고아가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띤다. 오는 11월 11일 유엔기념공원 옆 평화공원에 건립된다.
11월 조형물 제막식에 맞춰 민 이사장은 60대 전후로 구성된 위트컴여성합창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민 이사장은 "처음에는 찬송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마음으로 모였다가 장군을 기리는 합창단으로 발전했다"며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이면서 조형물이 완성되는 해인 만큼 부산에서 우리가 준비한 멋진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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