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때 못지킨 약속지켜"…'첫 내한' 다르덴 형제, 거장의 품격(종합) [24회 JIFF]
"모든 사람들이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되면 좋겠단 느낌 받길"
(전주=뉴스1) 정유진 기자 = 벨기에 출신 거장 영화 감독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가 개막작 기자회견으로 전주 국제영화제에서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을 영화로만 접했다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는 '토리와 로키타'로 전주영화제 개막작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27일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과 뤽 다르덴 감독, 민성욱·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전진수 프로그래머가 함께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남매라고 부르는 아프리카 출신 토리와 로키타가식당을 운영하는 베팀의 일을 하다 겉잡을 수 없는 일들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으로 사회적인 주제를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들로 유명하다. 칸 영화제에서 여섯 번 수상했으며 그중 '로제타'(1999)과 '더 차일드'(2006)는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다. 형인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뤽과 내가 여기 전주에 오게 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며 "한국에 오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생인 뤽 다르덴 감독은 "한국에 처음 온 건데 너무 기쁘다, 한국은 유명한 거장 영화감독이 많다, 한국을 영화 감독으로 한다"며 "영화감독이 유명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거기에 상응하는 영화 비평을 잘 하는 분도 많은 것인 것으로 알겠다, 정말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지난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 참석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참석이 무산된 바 있다. 민성욱 위원장은 "2020년도 제21회 영화제 때 두 분 감독님이 오시기로 했고 '소년 아메드' 뿐 아니라 기타 작품들을 가지고 전체 특별전을 하면서 이창동 감독님과의 만남, 이런 프로그램도 준비했었다"면서 "아쉽게 코로나19로 무산됐는데 감독님들도 그 당시에 코로나19 끝나면 약속 이루시겠다 말씀하셨고 오늘 약속을 지키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코로나19 전에 사실 여기(전주국제영화제)에 오기로 약속돼 있었고 영화 스페셜전도 준비돼 있었고 모든 영화가 한국에 배급됐다"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을 영화로만 알고 다른 방법으로 알지 못해서 직접 우리 눈으로 한국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왔다"며 "프로그램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다"고 다시 한 번 한국 방문의 기쁨을 전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두 청소년의 우정을 다룬다. 뤽 다르덴 감독은 "한국 관객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되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외국인으로 사는 건 쉽지 않고 외국인을 겁내는 사람도 많다, 여기서 친구인 두 외국 아이들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에서는 메인 키워드라고 하는 건 둘 사이의 우정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게 우정이라는 요소여서 서로 이 영화를 보고 적이 아닌 친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토리 역을 맡은 파블로 실스와 로키타 역을 맡은 졸리 음분두는 모두 전문 배우 출신이 아니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비전문 배우와 작업이 처음이었다, 여자도 남자아이도 한 번도 연기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다, 처음에는 사실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전 영화에서도 미성년자가 나오고 어린아이가 나올 때 모든 컷에서 전문 배우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컷을 5주간 전부 다 연습했다, 여기 나오는 졸리와 파블로가 같이 함께 모든 액션 신 이동하는 신의 합을 맞추도록 열심히 연습했고 그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면서 "연기를 한 번도 안 해본 친구들과 작업하는 것은 초반에는 어려운 난관일 수 있지만 결국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리와 로키타를 잘 연기해준 친구들을 보면 저희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형제끼리 공동 연출로 인한 갈등에 관한 질문에 대해 "다 같이 한다, 이견이라는 게 없다"며 "저희가 어떤 영화를 같이 하기로 마음 먹으면 같이 뼈대를 만든다, 그 뼈대를 만들면 그걸 기반으로 내가 시나리오를 쓴다, 시나리오 쓸 때 형과 항상 상의한다, 통화하면서 서로 손을 본다,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은 까만 영화를 하고 싶어하고 나는 하얀 영화 하고 싶어하고 그래서 결국 회색의 영화가 나온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살아서 누구 하나 봐주고 할 게 없다, 같은 어린시절을 보냈고 나고 자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전세계 영화 시장의 경향이 엔터테인먼트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쏠리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뤽 다르덴 감독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는 요즘이 아니라 예전에도 있었다, 찰리 채플린도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일종이다, 지금보다 날렵하고 지능적인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영화는 동일하게 생각하지만 질이 낮아졌다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영화의 다양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서 블록버스터처럼 상업적인 영화, 폭소를 자아내는 영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까지 (영화에 대해) 여러 다양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른 영화들이 그랬듯 '토리와 로키타'도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뤽 다르덴 감독은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어린이들, 외국 아이들이고 사회에서 가장 큰 취약자다, 어린이도 취약자인데 외국인이라는 점이 더 심한 상태로 이들을 몰고 있다, 이 두 외국 어린이들이 어른 앞에 있을 때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면서 두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세상이 있고 그 아이들만의 우정이 있는데 이게 어떤 어른들의 세상 보다 고결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토리가 얘기한다, 누나가 체류증만 있으면 나는 학교에 가고 누나는 가사도우미가 될 수 있었을텐데,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4월27일부터 5월6일까지 전주 일대에서 열린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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