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일대일 붙을 지방없다"…'분리 60년'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 시작
행정통합 장단점, 산업·경제효과 등 발표
"시도민 의견 합의 가장 중요" 공통 목소리
성격 다른 광역 시도 세부 논의 상당한 반발 예상 "시간 두고 충분 협의" 지적도
부산·경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 공론화 절차가 시작됐다. 1963년 경남에서 부산이 분리된 지 60년 만에 다시 합치기 위한 통합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여론조사를 앞두고 첫 토론회가 27일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행정통합 추진 방향과 경제·산업·고용 분야의 기대 효과를 설명하고 도민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경남연구원 하민지 연구위원이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부산·경남이 통합되면 인구 660만 명의 지역 내 총생산 210조 원 규모로, 경기·서울 다음의 전국 3위의 광역지자체로 발돋움한다.
하 연구위원은 역사·문화적으로 높은 공동체적 유대감을 토대로 과밀화된 수도권에 대응할 행정통합체,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 실현, 주민 편의성, 시도 간 갈등 현안 해결, 동북아 광역경제권의 성장 가능성, 특별법 제정에 따른 특례 혜택 등을 행정통합의 장점으로 꼽았다.
전국적으로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 사례가 없는 점, 현행법상 통합 관련 정부 지원 미비, 정부와 행정절차 이행에 따른 추진 장기화, 하나의 경제사회 공동체인 광역 시와 달리 여러 지역을 포괄하는 광역 도의 다른 특성 등이 단점으로 제시됐다.
하 연구위원은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전국의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다"며 "광주·전남, 대구·경북 행정통합 사례 등을 볼 때 통합 추진 과정에 정부의 지원과 특례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 소외 지역 우려 불식과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도민의 동의와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통합을 찬성하냐, 반대하냐는 단편적인 생각보다는 보다 나은 여건을 제공하는 지자체, 우리가 원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지자체가 어떤 모습인 지에 초점을 두고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김송년 부연구위원은 행정통합에 따른 산업·경제·고용 기대 효과'를 발표했다.
그는 선행 연구 자료를 토대로 행정통합을 통해 지역 내 기반시설(인프라) 확충을 기대할 수 있으며, 산업전략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달성하려면 통합된 단위에서 특화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부산·경남 지역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게이트 키퍼'의 육성과 기업 입지의 노동시장권을 확대해 일자리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경남도 정책자문위 분과위원장인 창원대 박경훈 교수가 좌장으로, 우기수 경남도의원,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 인제대 이우배 경찰·행정학 명예교수, 경북대 정홍상 행정학 교수가 나서 토론했다.
우기수 도의원은 통합의 관문을 넘으려면 시도 합의, 주민 투표, 법률 제정 등 행정·정치·법적 구속력뿐만 아니라 시도의회와 중앙부처, 정당의 지지가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우 의원은 "시도민 여론 수렴을 우선으로 기초지자체·의회·지역 국회의원 소통이 중요하고, 성격이 다른 광역 시도인 만큼 세부적인 논의 과정에서 반대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간을 두고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정홍상 행정학 교수는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사례를 소개하며 "단체장의 초지일관 강력한 역할과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고, 시도민과의 협의와 합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치열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론화한 안을 가지고 끈질기게 정부를 설득하는 등 확실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동력이 떨어지는 순간 통합 논의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제대 이우배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전문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지만, 지자체 간 행정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미래전략 신산업의 효과적인 육성을 통합의 기대효과로 꼽았다.
또,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경영·법률·금융·유통 등 고임금 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느슨한 형태의 협력기구로는 정책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광역 행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수도권과 일대일로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지방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통합은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을 만드는 역사적 시금석"이라며 울산 참여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양보와 타협이 전제되지 않은 통합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 합의가 선행돼야 하고, 동·서부 경남 등 내부 격차 해소를 위한 전략 없이는 합의점 도출이 어렵다"며 "강점을 보고 약점을 보완하도록 각 지역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협력과 성공 사례의 경험 축적을 비롯해 정부의 지원 없이는 통합의 제대로 된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인 만큼 정부의 지원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을 통합의 가치와 비전에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한 창원시민은 "세 번의 토론회만으로 시도민이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통합에 대한 정보 부족을 지적했다.
나머지 토론회는 다음 달 15일 부산, 24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다. 시·도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말쯤 여론조사에 들어간다. 2천 명을 대상으로 경남과 부산에서 한 차례씩 진행한다.
앞서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해 9월 '부울경 특별연합'이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실질적인 메가시티 완성을 위한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이후 울산이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부산·경남 행정통합으로 구체화했다. 지난해 10월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행정통합 추진에 합의하면서 통합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월에는 행정통합 절차를 협의하고 업무를 전담할 '실무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국내에서 단 한 번도 성공 사례가 없었던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 추진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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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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