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못 피한 ‘반도체 한파’…갤럭시S23이 실적 구했다

옥기원 2023. 4. 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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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반도체 혹한기'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1분기(1~3월) 반도체 부문(DS)에서만 4조5800억원 적자를 냈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반도체 불황 여파로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최대 1조2860억원 적자(하이투자증권)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에만 시설투자액(10조7천억원) 중 반도체 부문에 9조8천억원을 쏟아부었으며, 연구개발 부문에도 6조6천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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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문에서만 역대 최대 4.6조원 적자
불황 속 11조 시설 투자… 풍부한 현금 보유 힘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27일 한 시민이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반도체 혹한기’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1분기(1~3월) 반도체 부문(DS)에서만 4조5800억원 적자를 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다행히 갤럭시에스(S)23 시리즈의 판매 호조로 전사 기준 영업손실은 간신히 면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1분기 시설 투자에만 약 11조원을 썼다.

삼성전자는 27일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3조7454억원, 6402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은 18.1%, 영업이익은 95.5% 감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10여년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배경은 반도체 업황 악화 때문이다. 반도체 사업이 포함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손실 규모가 창사 이후 최대인 4조58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 이 부문의 영업이익이 8조4500억원이던 점을 고려하면 13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매출도 전년 동기에 견줘 반토막 수준인 13조7300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고객사들의 디(D)램 재고가 많아 판매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전사 기준 적자를 피한 건 스마트폰 사업 등이 포함된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부문의 선전 덕택이다. 이 부문에서 3조9400억원의 이익이 났다. 전년 동기보다 3.1% 늘었다. 지난 2월 중순 출시된 갤럭시에스23시리즈가 유럽과 중동, 남미 등에서 좋은 판매 성과를 낸 결과다. 해당 시리즈는 국내 판매 100만대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1100만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상위인 울트라 모델의 판매 비중이 확대됐고, 개발·제조·물류 프로세스 효율화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하반기에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신형 폴더블(접히는)폰 나오면 실적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삼성전자의 ‘인위적 감산’ 결과가 시장에 반영되는 올해 하반기 전까지는 반도체 업황 악화세가 이어져 전사 차원의 적자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반도체 불황 여파로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최대 1조2860억원 적자(하이투자증권)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도 “(감산 이후) 2분기부터 쌓아둔 반도체 재고 수준이 감소하기 시작해 하반기엔 재고가 더 줄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반도체부문의 실적 개선이 3분기는 돼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불황 국면이지만 시설 투자 등은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말 현재 현금성 자산만 약 50조원일 정도로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3조4천억원대 1분기 적자를 공시하며 투자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에스케이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5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미래 경쟁력을 위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설비투자를 유지하며 연구개발 투자도 지속해 확대할 예정”이라며 “평택 3기와 4기 라인 위주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중장기 수요 성장세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 1분기에만 시설투자액(10조7천억원) 중 반도체 부문에 9조8천억원을 쏟아부었으며, 연구개발 부문에도 6조6천억원을 투자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시행으로 국내 기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서병훈 아이아르(IR) 담당 부사장은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동참해 가능한 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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