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봄을 잡아둔 풍경화
화선지 위에 수묵(水墨)의 꽃이 만발했다. 싱그러운 보리밭이 초록빛 바다처럼 펼쳐지고, 우아한 노란 산수화가 웃음을 짓는다. 화사하게 핀 벚꽃은 봄의 향기를 내뿜는다. 자연의 생명력이 꿈틀대는 봄과 가을을 그린 서정적인 풍경 23점이 순백의 전시장에 걸렸다. '진경산수(眞景山水)의 대가' 오용길 이화여대 동양화과 명예교수(77)가 신작을 가지고 돌아왔다. 서울 압구정동 청작화랑에서 7번째 개인전을 5월 10일까지 연다. 27세인 1973년 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은 이후 월전미술상, 선미술상, 의재 허백련 예술상 등 동양화가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을 휩쓴 그는 35년째 이 화랑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당시 청와대 본관에 걸린 4m 폭의 대작 '인왕산'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성의 청보리밭, 유채꽃밭 풍경화를 비롯해 경북 안동의 군자마을과 병산서원, 청암정, 경북 예천 도정서원 등을 그린 실경산수화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작년 여행에서 눈에 담아온 풍경들이다. 작가는 "안동의 마을들이 참 아름답더라. 작년 초봄에 한 번 가고, 5월에 두 번을 갔다. 병산서원도 유명한 누각이 아니라 서원 주변의 친숙한 민가를 그렸다. 나이가 이렇게 드니 소박한 게 끌린다"고 말했다.
한국화의 섬세한 표현력을 탁월하게 살려내는 것으로 정평난 작가는 수묵으로 풍경화를 그리고 채색은 수채화 물감을 쓴다. 작가는 "표현력은 수십 년 갈고닦았으니 문제가 아니다. 이건 내 그림이다, 싶은 풍경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그 풍경을 만나면 이미 그림은 완성된 거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풍경화의 여백도 눈여겨봐야 한다.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와 들판의 개와 같은 조연들이 숨어 있다. 작가는 "풍경과 달리 실존하는 인물은 아니다. 눈으로 본 걸 그리지만, 풍경화의 모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풍경을 그리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5월 23일부터는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작가의 고향 안양의 모습을 담은 신작들을 전시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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