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자 “도청 재발방지 약속 받았나?” 윤 “시간을 두고…”

[2023 한-미 정상회담]윤 대통령 “미 조사결과 지켜볼 것”
바이든 대통령은 일절 언급 안 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국가안보실 관계자 도청 정황과 관련해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충분히 소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빈 방문 전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보여준 태도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재발방지 약속조차 받지 못한 것을 두고 야당은 “주권국의 위신을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다시는 미국이 한국을 도청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쪽의 약속이 있었느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한-미 간에 소통하고 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미국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관계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가 있는 문제에 대해 좀 시간을 두고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충분히 소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양국의 ‘신뢰’만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청과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앞서 25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친구가 친구를 염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금지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뢰가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격과 체통이 걸린 미국의 도청 파문은 의제로 다뤄지지조차 않아 유감”이라며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따질 건 따져야 우정도 돈독해지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상무집행회의에서 “회담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에 대해 미국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없었다”며 “주권국의 위신을 내팽개친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은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