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5년만에 흑자···조선업, 올해 ‘적자 고리’ 끊어낸다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1분기 잇달아 흑자 소식을 전하며 오랜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5년만에 분기 영업이익 ‘플러스’를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해 1분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을 털어내며 적자폭을 줄여 나가고 있다. 한화그룹에 인수 이후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을 거쳐 정상화 반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6051억원, 영업이익 196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잠정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이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5년 만이다. 이 회사는 2017년 3분기의 영업이익 236억원을 마지막으로 21분기 내내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동안의 누적 손실은 4조8000억여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2021년 이후 찾아온 조선업 호황 사이클이 있다. 친환경 연료 수요가 늘면서 선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주문이 기술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소들에 대거 몰렸다.
선박 대금을 공정 진행에 따라 나눠 수령하는 조선업 특성상, 2021년·2022년 대거 수주한 계약이 이제야 실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22억달러와 94억달러를 수주하며 2년 연속 목표를 초과 달성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이 늘면서 연초 공시한 연간 영업이익 2000억원 달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D현대의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1분기 영업이익 58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3964억원)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3·4분기에 이어 세 분기 연속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분기 매출은 4조8424억원으로 집계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건조물량 증가 및 선가 상승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3사 중 실적 면에서 가장 뒤처져 있다. 대우조선의 1분기 수주실적은 연간 목표치의 11.5%로, HD한국조선해양(46%)·삼성중공업(26%)에 비해 부진하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1분기 매출은 1조8363억원, 영업손실은 331억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의 수주잔고(남은 일감) 중에 컨테이너선 같은 상대적으로 선가가 낮은 물량의 비율이 높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손실액은 지난해 1분기의 -4701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모잠비크 가스전 개발, 카타르 LNG 프로젝트 등 LNG 운반선의 대규모 발주가 예고돼 있다. 지난 몇년간 뜸했던 유조선(오일탱커) 주문 또한, 노후선박 교체 수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항로 증가 등이 겹치며 올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2차 LNG 물량이 하반기 내 발주될 것으로 전망되고 한화로부터 인수가 완료되면 (대우조선도)본격적으로 빈 슬롯(건조장)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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