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도 못 사는 트로트 콘서트 표 전쟁…효도하러 해외여행?
영탁·송가인·이찬원 출연에 중고마켓 30만~40만원 거래
30대 후반 직장인 정아무개씨는 최근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6월에 열리는 롯데패밀리콘서트 티켓을 구매했다. 정씨는 “엄마가 영탁·송가인 팬이라 티켓을 꼭 구해드리고 싶은데, 당분간 해외에 갈 계획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중고마켓에 티켓 2장을 35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구매했어요. 조금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효도하는 셈 치죠. 뭐” 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4년 만에 대표적인 공연 행사인 ‘롯데패밀리콘서트’를 관객들의 입장을 받는 공연으로 치르기로 하면서, 공항 면세점은 물론 중고마켓이 들썩이고 있다. 이 콘서트 티켓은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롯데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한 금액대별로 주는 사은품이기 때문이다.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를 기념해 오는 6월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엔 특히 송가인·영탁·이찬원·장민호 등 트로트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효도’를 위한 티켓 선점에 나선 이들이 많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온라인 중고마켓에는 ‘롯데패밀리콘서트 티켓을 구한다’는 글과 ‘판매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롯데패밀리콘서트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탓에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열리다, 이번에 4년 만에 대규모 오프라인 공연으로 펼쳐진다.
1~2일 차에는 아이돌그룹과 발라드 가수들이 총출동한다. 16일엔 엔시티 드림(NCT DREAM), 스크레이키즈, 에스파, 킹덤, 이채연 등이, 17일엔 성시경, 거미, 크러쉬, 있지(ITZY), 엔하이픈 등이 출연한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18일로 송가인, 영탁, 이찬원, 장민호, 장윤정 등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 ‘핫한’ 트로트 스타들이 출연한다.
롯데패밀리콘서트 티켓은 ‘공짜 아닌 공짜’라 할 수 있다. 티켓을 단순히 돈을 내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롯데면세점 구매 금액대별로 사은품 형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쪽은 “명동본점과 월드타워점, 인천공항점, 롯데인터넷면세점 등에서 300달러(약 40만원), 500달러(약 67만원), 900달러(약 12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각각 A석, S석, R석 티켓을 선착순으로 배부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국외 출국을 해야 살 수 있는 면세품 구매가 전제되면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티켓을 구하기 위해 소비도 늘리고 있다. 하지만, 행사 전 국외 여행이나 출장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티켓을 구하기 위해 중고마켓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2018~2019년에는 방탄소년단 출연으로 인해 티켓 가격이 80만~100만원까지 폭등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트로트 가수 출연으로 인한 ‘효도용 티켓 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고마켓에선 18일 현재 이 콘서트 티켓이 R석 2매 기준으로 30만~40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중고마켓에서 티켓을 구매했다는 30대 직장인 황아무개씨는 “면세품을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티켓을 이렇게 비싸게 주고 사야 하나 싶었지만, 부모님이 너무 간절히 원하셔서 구매했다”며 “판매자는 ‘어차피 콘서트 한 번 보려면 이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편에선 티켓 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한 카페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티켓을 판매한 사람이 구매한 면세품을 반품하거나 취소를 하게 되면 티켓이 졸지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반드시 물품을 인도받았다는 확인을 거친 뒤 구매하라”고 조언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행사 티켓 소진 시까지 두 달 정도 걸렸지만,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빠르면 다음주 중 준비한 좌석이 모두 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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