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까지 부른 전세 사기... “세입자라면 챙겨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
빌라 경·공매 대비해 ‘전세가율 60%’가 안전
전국 곳곳에서 ‘빌라왕’, ‘건축왕’ 등이 등장하는 조직적인 전세사기 사건이 벌어지자 정부가 ‘특별법’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주택 수 천 채를 가진 집 주인과 공인중개사 등이 엮인 조직적 범죄를 세입자 개개인이 규명해 미반환 보증금을 받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소한 세 가지만 확인해도 전세사기 피해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핵심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받아낼 수 있는 ‘대항력’, 즉 ‘우선변제권’을 갖추는 것에 있다. 이날 발표된 전세사기 특별법 또한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에 한해 지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융자·압류 확인 후 전입신고 해야 ‘선순위 확보’”
전세계약을 하기 전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등본상 담보물권이나 가압류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가압류 등이 없는 경우 세입자에게 선순위 권리가 있다. ‘건축왕’ 남모씨가 주도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경우 피해 세입자 대부분이 후순위권자다. 대부분 남모씨가 금융회사에서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낙찰가율이 주택 평가 가치의 50~60% 수준이라 후순위인 세입자 대부분이 전세보증금을 떼일 상황에 처했다.
계약을 하고 이사를 들어갔다면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 30일 내에 주택임대차 신고를 해야 한다. 대항력은 거주권리인 동시에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과거 전세 사기 사례 중에는 하루 사이 대출이 실행돼 세입자 본인도 모른 채 후순위로 밀려나간 경우도 있었다. 이사간 날 바로 전입신고를 하는 것이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다. 가능하다면 평일에 이사를 계획하는 게 안전하다. 그런 다음 등기부등본 근저당권 설정 등의 권리단계에서 변동사항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일단은 무조건 선순위 권리가 없는 주택을 택해야 한다”면서 “전입신고 기준일자가 대항력 기준일자가 되는 만큼 전입신고를 빠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확정일자’ 받아 우선변제권 확보할 것”
주민센터에 방문해 전입신고를 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계약서상 ‘확정일자’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확정일자는 주택임대차계약서를 증명하는 법률상 인정되는 일자를 뜻한다. 이는 차후 주택이 경매·공매로 넘어갈 경우를 가정해 반드시 부여받아야 한다. 확정일자를 부여받으면 임차인에게 ‘우선변제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선변제권이란 임차한 주택이 경매·공매로 매각될 경우 낙찰금으로부터 보증금을 타 채권자들보다 우선 변제받을 권리다. 만약 대항력은 갖췄지만 확정일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경매·공매로 넘어갈 경우 법원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수 없고, 반드시 매수인으로부터 받아야 해 절차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
‘빌라왕’ 김씨의 전세사기 사건에서도 ‘우선변제권’이 핵심이 됐다.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서울 강서구 일대 주택을 1200채 가까이 매집한 김씨는 이미 거액의 종부세를 부과 받은 상황에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은 이후 부과된 집주인의 세금(법정기일 기준)은 ‘우선 변제 대상’이어서 임차인들은 선순위 채권자임에도 세금에 밀려 보증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체납 임대인에 대한 조세채권(세금 징수 권리)을 임대인이 보유한 모든 부동산에 고르게 배분해 경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빌라는 전세가율 60% 기준으로 봐야 해”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의 주 대상이 된 연립·다세대 즉 빌라의 경우 전세가율을 보수적으로 보고 임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집값이 하락세인 구조적 원인이 기저에 있기 때문에 집값의 하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빌라는 ‘전세가율 60%’ 기준으로 보고 임차하는 게 좋다고 봤다.
선순위·우선변제권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경매·공매시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 위해서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60% 이하여야 안전하다는 점에서다. 빌라의 경우 경매·공매 낙찰자가 30% 수준의 차익은 있어야 낙찰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통상 전세가율 80% 이상인 주택을 ‘깡통전세’로 보지만 더 보수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세사기 사건과 별개로 사기 의도가 없이 ‘역전세’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내주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아 임대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임대인에 대한 ‘전세 보증금 환급’ 대출 확대가 대표적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공매 낙찰시를 염두에 두고 전세가율이 60%를 넘지 않는 게 안전하다”면서 “보증금 환급을 위한 임대인에 대한 지원 확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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