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조선구마사’는 안되고, ‘조선변호사’는 되는 이유[MK픽]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2023. 4. 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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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변호사’. 제공| MBC
시대물은 역사 고증에 합격점을 받지 못하면 논란이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기종영 굴욕을 맛본 ‘조선구마사’가 그랬고, 방송 강행 속에서도 끝까지 거센 비판을 받았던 ‘설강화’가 그랬다.

그런데, ‘조선변호사’는 달랐다. 특별한 논란 없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순항 중이다. 이유는 뭘까.

지난 달 31일 첫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조선변호사’는 부모님을 죽게 한 원수에게 재판으로 복수하는 조선시대 변호사 ‘외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웃돈 SBS 드라마 ‘모범택시2’와 동시간대 맞붙으면서 첫회 2.8%로 시작했으나 지난 22일 방송분에서 4.4%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JTBC 드라마 ‘설강화’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달리 ‘조선변호사’는 순조롭게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시대물의 위험 요소인 역사 왜곡 논란에서 멀찌감치 있다. 그 이유는 ‘조선변호사’가 그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시대상만 차용했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을 떠오르게 하는 장치 역시 두고 있지 않아 역사 왜곡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설강화’. 제공| JTBC
반면, ‘설강화’가 시대 배경으로 차용한 1987년은 ‘민주화’의 시기였다.

민주화를 이루고자 수 많은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아까운 목숨을 잃은 청년들이 있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으로 안기부가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망언을 남겼고,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피격당해 사망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경찰의 구타에 대학생이 사망하기도 했고, 당시 민주투사들이 안기부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돼 죽거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극 중 북에서 내려온 간첩인 임수호(정해인 분)가 민주투사로 오해받고 학생들의 비호를 받는다는 설정은 자칫 ‘진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 중 간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또 안기부장 은창수(허준호 분)가 “우리 회사 직원은 직원의 목숨보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대사는 안기부 미화 논란으로 번졌다.

당시 JTBC는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 주는 창작물”이라며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고 여러차례 반박하며 드라마 방영을 강행했으나, 끝내 논란을 종식시키지는 못했다.

‘조선구마사’. 제공| SBS
‘조선구마사’는 더 처참했다. 2021년 3월, 2회 공개 후 비판에 떠밀려 조기종영했다. ‘조선구마사’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역사 왜곡 논란이었다.

‘조선구마사’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태종대였다. 그러나 극 중 조선임에도 중국식으로 실내가 꾸며져있고, 중국식 월병이 상에 올라오는 장면이 나왔다. 이에 중국의 동북공정 중 일환인 문화공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작품이 수출될 예정이었던 만큼 해외 시청자들로 하여금 조선에 대한 오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중국의 한국 문화 예속화 시도의 일환으로 의심된다”는 비난이 거셌다.

제작진은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이 세자인 양녕대군 대신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 이라는 해당 장소를 설정했고, 자막 처리 했다. 명나라를 통해서 막 조선으로 건너 온 서역의 구마사제 일행을 쉬게 하는 장소였고,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동북공정 관련 논란이 계속되던 시기인 만큼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또 박계옥 작가의 전작 tvN 드라마 ‘철인왕후’가 중국 드라마인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한 것과 조선왕조실록 비하 논란 등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동북공정을 옹호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론으로 확산되면서 ‘조선구마사’는 결국 방영 2회 만에 조기종영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VOD 서비스 역시 중단했다.

‘조선변호사’ 역시 과거 역사를 배경으로 차용했다. 그러나 극 중 왕을 비롯해 등장 인물들이 실존 인물이 아니고, 조선이라는 시대상만 배경으로 사용했을 뿐 역사적인 사실 역시 가지고 오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역사와 드라마를 분리해 보고, 혼동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 논란의 가능성을 배제한 점이 논란을 야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근본 이유로 보인다.

후반부에 접어든 ‘조선변호사’는 외지부 강한수(우도환 분)의 복수 서사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제작진은 “후반부에는 더 날카로워진 한수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낱낱이 밝히려고 하는 한수와 진실을 감추려는 자의 팽팽한 대립이 그려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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