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재선 위해 동맹국 피해 주나" 핵심 찌른 미국 기자
LA타임스 "중국 반도체 제한에 한국 기업 피해" ABC "한국 도청에 대한 바이든 약속 있었나"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미국 현지에서 26일 진행된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에 피해를 주고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미국 언론 질문이 집중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각자 발언을 한 뒤 20여분간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첫 질문자인 미국 LA타임스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최우선 경제 과제는 미국의 제조산업을 성장시켜 중국과 경쟁하는 것이다. 중국에서의 반도체 제조를 제한하는 정책이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동맹국이 피해를 받게 하면서 국내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 하느냐”고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을 통해 제조업을 성장시키려 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수십 억달러를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를 이를 통해 재건할 것”이라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반도체를 되살림으로써 미국 전역에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텍사스 아리조나에 공장이 생겨날 것”이라며 “삼성, SK도 미국 내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한국에도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기에 서로 '윈윈'(win-win)”이라고 답했다.
미국 ABC 기자의 경우 여러 차례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한미 현안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에게 “미국이 한국을 도청했다는 것에 대해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측의 약속이나 언질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앞서 ABC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령으로서 재선에 도전하는 데 부정적인 미국내 여론이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유일한 후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답변에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했을 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를 하지 않더라도 재선에 나서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리고 뒤이어 동맹국 도청 의혹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대처를 물은 것이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한미 간 소통하고 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기에 국가 간 관계에서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충분히 소통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5일 공개(24일 녹화)된 NBC '나이틀리 뉴스'(Nightly News) 인터뷰에서도 도청 관련 질문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감시한 것처럼 보인다'는 레스터 홀트 앵커 질문에 “이 사안은 한미 동맹을 지탱해온 철통 같은 신뢰를 흔들 이유가 없다. 자유와 같은 가치 공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앵커가 “친구가 친구를 감시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금지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했다.
한편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얻은 한국 취재진 질문은 양국 정상의 선언·성명에 기반했다. 두 정상은 이날 '워싱턴 선언'에서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설립을 선언”한다며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를 포함해 확장억제에 관해 정부 간 상설협의체를 강화하고 공동기획 노력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출범에 관한 공동성명'에선 양국간 △바이오 기술과 바이오 제조 △배터리·에너지기술 △반도체 △디지털 경제 △양자정보과학기술 등 분야의 협력을 발전시킨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MBN 기자는 '한미 핵협의그룹이 구성됐을 때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자산 운용에 한국이 어떤 식으로 관여하는지'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에겐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유지하면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한국 국민이 안심할 수준이라고 판단하느냐'고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핵협의그룹에 대해 “종전 핵우산에 기초한 확장억제하고는 좀 다른 것이 아니라 많이 다르다. 미국이 핵 자산에 관한 정보와 기획, 그에 대한 대응 실행을 누구와 함께 공유하고 논의한 적이 없기에 새로운 확장억제 방안이고, 그렇기에 더욱 강력하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가 국군 통수권자로서 미국에서는 핵 전력 무기에 대한 사용 권한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다른 여러 단계의 모든 노력에 있어서는 우리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함께 그 뜻을 같이 하고 상의할 것”이라며 “핵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주재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첨단기술 동맹이 기업과 국민 개개인에게 단기 또는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질문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때문에 한국 기업이 불안하지 않도록 어떤 메시지로 안심을 시켜 줄 수 있을지'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께서는 전후방 효과로 나오는 다양한 넓은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많은 투자와 일자리 기회를 가질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세대에게 도전과 혁신 의지를 불러 일으켜 우리 경제·산업이 더 번영하고 풍요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만큼이나 한국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한국의 기업들은 분명히 미국이 어떻게든 안 좋은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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