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들개’는 알고 있다…“일본이 말하는 미량의 삼중수소”

강한들 기자 2023. 4. 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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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오염수 방류 문제점’ 기자회견
무쏘 교수, 관련 논문 250건 분석해 발표
들개 DNA, 방사성 물질에 손상 밝혀내
생쥐 등 동물들 생식 능력 저하 사례도
티머시 무쏘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염수 방류 시설인 해저터널 굴착이 끝났고, 이르면 오는 7월 방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하고, 바닷물에 희석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ALPS가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피부도 관통하지 못하는 매우 약한 방사성 물질”이라며 “체내에 축적되지 않아 내부 피폭의 위험이 없다”고 설명한다.

국내 원자력 학자 등도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미량’이라 인체에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본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 원전 폭발 사고가 났던 때에 비교하면 배출량이 1000분의 1 수준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의견은 완전히 다르다.

그린피스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전력·원자력 학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티머시 무쏘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가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 연구: 문헌 분석 중심으로’ 연구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무쏘 교수는 약 20년간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에서 방사성 물질이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생물학자다. 최근 체르노빌 지역 근처에 있던 들개의 DNA가 방사성 물질의 영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티머시 무쏘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무쏘 교수는 원자력 산업계, 학계가 삼중수소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무쏘 교수는 195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삼중수소 관련 논문 총 70만건 중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 250건을 찾아내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삼중수소는 체외에 있을 때 종이도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체내로 들어갔을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무쏘 교수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다른 물질보다 이동속도가 느려 내부 피폭이 집중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방사성 물질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한 ‘생물학적 효과비(RBE)’에서 삼중수소는 방사성물질인 세슘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중수소가 DNA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논문 130개 중 다수는 유전적 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생쥐 등 동물을 대상으로 삼중수소 내부피폭을 연구한 논문에서는 삼중수소가 정자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쳐 생식 능력이 저하된 예도 있었다.

생태계에 방류된 삼중수소가 ‘먹이사슬’을 따라 생체에 쌓일 가능성도 있다. 삼중수소가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녹조류로, 녹조류에서 홍합으로 점차 축적됐다는 연구가 있다. 무쏘 교수는 “DDT(살충제의 일종)도 농도가 낮았지만, 먹이사슬에서 점차 쌓여가면서 맹금류가 멸종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라며 “생체와 삼중수소가 결합했을 때 반감기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미량이어도) 생물에 축적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쏘 교수는 도쿄전력이 진행한 생물학적 영향 실험은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보여주기 위한 실험”이라고 비판했다. 도쿄전력은 ALPS 처리 후의 오염수 탱크에 도다리, 전복 등을 넣고 폐사 여부 등을 확인했다. 무쏘 교수는 “오염수에 노출될 수백 종 생물의 유전 정보를 주기적으로 채취해 비교해가며 포괄적인 수준으로 생물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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