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신체 특성 차이, 의학적으로 고려돼야...'성차의학'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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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생리학적, 신체적 차이에 주목하는 성차의학이 의학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남녀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연구는 여성환자의 치료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의학계가 성차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김 소장은 "일각에선 성차의학이 '페미니즘' 혹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성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고려사항"이라며 "성차의학 발전을 위한 연구와 지원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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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생리학적, 신체적 차이에 주목하는 성차의학이 의학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남녀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연구는 여성환자의 치료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의학계가 성차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 소장은 27일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가 주관하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성차의학 발전 방향과 젠더혁신' 포럼에서 의학계가 최근 성차의학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성차의학은 성별 차를 고려하며 질환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젠더의학'이라 불리기도 한다. 김 소장은 그동안 의학연구에선 남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발병 기전이나 치료법에 대한 대부분 연구들이 키 170cm, 몸무게 65kg인 성인 남성을 표준치로 제시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1900년대 초까지 의학자 대부분이 남성이었기에 의학연구에서 이러한 기준이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남성을 기준으로 한 의학연구는 여성환자에 대한 치명적인 치료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60~1961년 유럽에서 진정제 겸 수면제인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임신 42일 이전에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은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기형아를 출산했다.
김 소장은 "일명 '탈리도마이드 사건'으로 유럽에선 불과 2년 만에 8000명 이상의 기형아가 발생했다"며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임산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소개했다.
성별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된 신약이 실제 환자의 목숨을 앗아간 사례도 있다. 2000년 캐나다에선 폭식증으로 인한 위 불편감으로 위장약 '시사프라이드'를 복용한 15세 여성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이 약은 심장박동 간격을 길게 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보다 심장박동 간격이 긴 여성에게 이 약을 투여하자 심장박동 간격이 더욱 길어지면서 심정지가 유발된 것이다.
여성에게서만 약물의 효과가 과다하게 발현되는 경우 또한 흔하다. 예를 들어 수면작용이 있는 의료용 마약류 '졸피뎀'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약물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김 소장은 "연구에 의하면 졸피뎀 복용 후 8시간 내 운전을 할 경우 여성 운전자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여성은 남성보다 체내 지방이 더 많아 친지질성 약물인 졸피뎀이 더 오래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일각에선 성차의학이 '페미니즘' 혹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성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고려사항"이라며 "성차의학 발전을 위한 연구와 지원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한 최석진 인제대의대 학장 또한 "성차의학은 모든 의학영역에서 반드시 적용돼야 할 학문"이라며 "성차의학을 모든 기본의학교육과정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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