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발 세계 곡물시장 요동칠까
‘흑해(黑海) 곡물 이니셔티브(협정)’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주요 7개국(G7) 등 서방 국가들이 대(對)러시아 제재 강화 방안으로 전면적인 수출 금지를 검토하자, 이에 질세라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해상 수출을 가능하도록 한 조치로, 다음 달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 소식에 난기류에 처했다.
겐나디 가틸로프 제네바 유엔사무소 주재 러시아 대사는 26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제기한 문제들을 놓고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곡물 수출 재개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 가격이 급등하며 세계 식량 안보 불안이 가속하자 유엔이 중재에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푼 것이다.
이 협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봉쇄한 흑해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다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지만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을 정상화하기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11월 120일 기한의 협정이 만료되면서 1차례 연장됐고, 지난 3월 가까스로 2차 연장(60일)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 달 18일 협정 시한 만료를 앞두고 러시아 측이 협상 연장 조건으로 서방의 제재 완화를 내세우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그동안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운송과 수출 보험·금융 등에 복잡한 제재 구조가 작동하고 있어 수출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정 연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가틸로프 대사는 “수출 장애물을 제거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며 “진전이 없는 한 협정 연장은 불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문제 삼는 부분은 서방이 도입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차단 조치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됐는데, 농산물과 비료 등 수출 금융을 담당하는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로스셸호스방크)을 스위프트 결제망에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암모니아 운송 파이프라인 가동 재개, 러시아 비료업체 계좌 동결 해제도 러시아 측이 요구하는 선결 조건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5월21일 G7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러 전면 수출 금지 방안(기존 대러 수출을 허용하되 일부 항목만 금지하는 형태에서 수출 전면 금지를 전제로 일부 품목만 예외를 두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협정 연장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공교롭게도 협정 만료 시점이 정상회담 시기와 맞물려 있어 서방과 러시아의 팽팽한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흑해 곡물 협정의 개선과 연장, 범위 확장 등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러시아는 확답하지 않고 있다.
흑해 곡물 협정은 세계 식량난과 곡물가 파동을 일으킬 수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계 식량 창고로 알려진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자 옥수수, 해바라기씨유의 주요 수출국이다.
흑해 곡물 항로를 관리하는 공동조정센터(JCC)에 따르면 지난 8개월간 우크라이나 항구 3곳(오데사, 피브데니, 초르노모르스크)에서 출항, 전 세계로 곡물, 식량, 비료를 수송한 선박은 800척 이상으로 알려졌다.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란
지난해 7월 2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UN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가 흑해 해상운송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
해당 협정에 따라 화물선은 흑해를 통해 오데사, 피브데니, 초르노모르스크 항구를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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