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강행처리 임박···'의료대란' 위기에 국회 앞 긴장감
보건의료직역 단체 찬반 맞불집회 대치
보건의료계 최대 현안인 간호 단독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날 국회 앞에서는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간호법 찬반 맞불 집회가 개최 중이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처우 개선을 강화한 간호인력종합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의료계와 함께 협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대한간호협회는 원안 고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의료계와 간호계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각지에서 집회를 벌이며 각을 세웠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뿐 아니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곽지연 회장이 25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투쟁 선봉에 섰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간호법 제정안에 명시된 간호조무사 응시자격 중 '특성화고 졸업' 또는 '간호학원'으로 제한한 조항이 법의 평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폐지되기 전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게 간무협의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보건의료직역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연대는 '총파업'을 무기로 간호법 중재안의 협의를 촉구하고 있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범위, 체계 등에 관한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간호법 1조에서 ‘모든 국민이 의료 기관과 지역 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고 명시한 점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의협 등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건의료직역 단체들은 ‘지역 사회 혜택’이란 문구를 문제 삼는다. 상정된 법안 자체에는 '단독 개원'이란 문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의료법에서 분리되어 간호 단독법이 만들어지면 향후 법 개정을 거쳐 ‘단독 개원’ 근거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향후 간호사가 의사의 감독 없이 지역 사회에서 단독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당정이 원안보다 간호사 처우 개선 조항이 강화된 '간호법 중재안'을 내놨음에도 이를 거부한 데서 진짜 목적은 처우개선이 아니었음이 확실해졌다”고 비판했다. 또 "간호법 제정안을 추진하는 핵심 목적이 기득권 간호사와 일부 노조세력이 돌봄사업을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것, 간호사들의 탈병원화를 유도해 국민건강을 지키는 의료기관을 더욱 어렵게 함과 동시에 보건의료계 내에서 간호직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도 발언했다.
하지만 간협은 "의사협회가 가짜 뉴스로 호도하고 있다"며 "초고령화사회를 앞두고 지역사회 내 돌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데 부응하고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반박한다. 현행 의료법은 물론 상정된 간호법 31개 조항 어디에도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인력을 지역사회에 배치하면 고령층 돌봄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간호법을 '부모 돌봄법'에 비유하고 있다.
이날 국회 정문 1문과 2문 사이 그리고 현대캐피탈빌딩과 금산빌딩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 참석한 이종란 간호사는 “21세기 초고령사회가 도래했고 만성질환으로 인한 질병구조의 변화, 재택 건강관리의 활성화 등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부모돌봄을 제공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간호법 제정은 부모돌봄, 취약계층의 인권보호를 위해 중요한 제도적 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단 의사단체만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건의료연대는 의협 외에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등 보건의료직역 13개 단체 400만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 보조인력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담겼다"며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 간호인력의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운 간호법이 정작 간호조무사에 대한 규정은 기존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응급구조사협회, 대한방사선협회 등 다른 보건의료직역 단체도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업무 영역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며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응급구조사 영역인 병원 이전 단계를 침범할 소지가 높아 보인다는 게 이들 단체의 시각이다.
간무협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을 원안대로 강행 처리할 경우 긴급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부터 권역별 연가투쟁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간무협이 참여하고 있는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역시 연대총파업 세부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비대위가 지난 7~19일 의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간호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성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파업 찬성 의사를 밝혔다. 최악의 경우 2020년 8월 의사 파업 이후 약 3년만에 400만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총파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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