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호시절 다 갔다"…순이익 줄고 연체율 치솟는 카드업계 '끙끙'

류정현 기자 2023. 4. 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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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사들의 실적이 심상치 않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례적인 저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호실적을 냈는데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1년 전보다 순이익이 일제히 줄어들고 연체율은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1분기 실적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아래에 있는 카드사들은 지주 통합 실적이 나오면서 성적표를 내놨고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는 자체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들 모두 수익성이 나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순이익이 가장 크게 떨어진 건 하나카드입니다. 올해 3분기 기준 202억원을 벌어들였는데 1년 전 같은 기간 546억원보다 63%가량 쪼그라든 규모입니다.

가장 먼저 실적이 나온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 약 4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 약 860억원을 기록했을 때보다 46.3% 줄었습니다.

KB국민카드는 31% 줄어든 820억원을 기록해 순이익이 세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업계 점유율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한카드는 16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1년 전보다 5.2% 감소했고, 같은 기간 삼성카드도 9.5% 줄어들어 순이익이 1455억원에 그쳤습니다.

카드사 순이익이 올해 갑작스럽게 줄어드는 건 지난해부터 있었던 가파른 금리 인상 때문입니다. 카드사는 고객 돈을 맡아두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려와야 하고 그만큼 이자도 내야 합니다.

보통 카드사들이 돈을 빌려올 때 내는 금리가 장부에 반영되기 시작하기까지는 약 3개월 정도의 시차가 걸립니다. 따라서 올해 1분기 실적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려면 지난해 4분기 조달금리를 봐야 합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신용등급 AA+의 여전채 금리는 5.3%에서 6% 초반 선에 형성돼 있습니다. 같은 해 1~3월 당시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3%였던 것과 비교하면 조달비용이 만만치 않게 오른 겁니다.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져 본업인 결제 부문에서의 수익성 악화와 대출 규제로 인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취급이 제한적이었던 영향도 일부 작용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만 나빠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드사가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자산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우리카드의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1.35%입니다. 돈을 빌려준 자산 가운데 1.35%는 한 달 넘게 연체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1년 전 같은 시점과 비교했을 때 0.56%p 오른 수치입니다.

다른 카드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신한카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49%p 오른 1.37%를 기록했고, 삼성카드도 0.4%p 올라 1.10%를 찍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연체율이 1%에 미치지 못했는데 올해 일제히 1% 넘게 치솟은 셈입니다.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도 각각 1.14%, 1.19%를 기록하며 모두 1%를 넘겼습니다.

게다가 카드사의 연체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 차주를 지원하기 위해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올해 9월로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치 기한이 연장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예 조치가 끝나면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하반기에도 수익성을 깎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카드사들의 경영악화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익원을 늘리는 게 당장 어렵다면 비용을 줄이는 게 최우선이 될 것"이라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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