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정유사도 주춤, 2분기는 더 어렵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며 2분기에는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에쓰오일은 27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15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1604억원 적자) 대비 실적이 개선됐지만 1년 전(1조3320억원)과 비교해서는 61.3% 줄었다. 매출은 9조7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이 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 줄어들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정유사의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0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GS칼텍스도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와 비교해 정유사의 실적이 부진한 데는 ‘재고 평가이익’이 급락한 영향이 크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싼값에 사들인 재고를 비싼 값에 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유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이익도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밑돌면서 정유사의 재고 평가이익은 나빠졌다. 지난해 1분기 재고 평가이익으로만 5620억원을 거뒀던 에쓰오일의 경우, 올해 1분기에는 123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최근 정제마진은 꾸준히 내려 4월 셋째 주에는 배럴당 2.5달러를 기록했다.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정제마진의 손익 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팔수록 적자인 셈이다.
지난해 2분기에 코로나 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회복하면서 정제마진이 배럴당 20달러를 웃돌았던 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요 산유국들의 기습적인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올랐지만 소비 침체 영향으로 정제마진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동안 정제마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휘발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쓰오일은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이 최근 하락하고 있지만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수요 증가와 글로벌 정유사들의 정기보수로 인해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의 코로나 19 감염 우려에 따른 봉쇄 조치의 해제 이후, 첫 노동절 연휴와 계절적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휘발유와 항공유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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