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정부지출 삭감 연계 부채한도 법안 통과…바이든 “협상불가”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향후 10년 동안 정부지출을 삭감하는 법안을 26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조건 없는 부채 한도 상향을 강조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거론하며 공화당을 비판했고,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또한 이 법안을 상원에서 부결시킬 것이라며 각을 세웠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이 상정한 부채 한도 상향 법안이 이날 하원에서 찬성 217 대 반대 215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1조5000억달러 상향하거나 내년 3월 31일까지 연장하되, 그 조건으로 연방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으로 줄이고 예산 증가를 연 1%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재생 에너지 관련 세금 인센티브 일부를 삭감하고 일부 빈곤 퇴치 프로그램의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 1월 법정 한도(31조4000억달러)에 도달했다. 추가 차입을 위해선 의회에서 부채 한도를 높여줘야 한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법안 표결 직후 “우리는 할 일을 다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상원에도 이 법안을 승인하거나 자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날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부채 한도 상향과 관련해 “매카시 의장과 기꺼이 만날 것이지만 부채 한도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아니다. 그것은 협상 불가”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하기 힘들 전망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거부권 행사 방침까지 밝히며 공화당과 대치 전선을 형성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하원 법안 통과 이후 “전 세계 시장과 경제를 뒤흔들 미국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위험하게 더 가까워지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미 의회예산국(CBO)은 현재 부채 한도가 상향되지 않으면 미국이 이르면 7월에 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정부의 총부채가 지난 1월19일 한도에 도달한 뒤 바이든 행정부는 하원에 한도 증액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현재 부채 한도는 지난 2021년 12월 증액된 31조3810억달러(약 4경1762조원)다. 1960년 이후에만 미 의회는 부채 한도를 78번 증액했는데,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부채 한도 증액을 상대당의 정치적 목적을 좌절시키는 도구로 사용하곤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에도 공화당이 부채 한도 법안을 이용해 백악관·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투표 전 로이터에 “공화당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이 부채 한도 협상에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협상의 역학 구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추진하는 부채 한도 법안은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법안”이라면서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법안의 본질을 무시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상징적인 승리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자고 설득해왔다”고 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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