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별교섭 활성화 위한 입법청원운동 돌입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해야 산별교섭 활성화”
민주노총이 산별교섭 활성화를 위한 입법 운동을 추진한다. 기업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업종 혹은 산별 차원의 초기업 교섭을 활성화해야 노동자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별교섭은 노동자 간 격차 해소를 위한 가장 실질적인 대안”이라며 “날로 심각해지는 불평등·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별교섭 활성화 입법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은 미국, 멕시코, 그리스 등과 함께 단체협약 적용률이 ‘매우 낮은 그룹’에 속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단체협약 적용률은 14.8%로, OECD 회원국 평균(48.9%)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간접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서도 배제되는 현실이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전체 조합원 90% 이상이 초기업노조로 조직돼 있다. 민주노총 16개 가맹조직 중 11개 산별조직은 산별노조로 전환했으며, 산별노조 전환이 완료되지 않은 가맹조직은 업종이나 직종별, 부문이나 지역별 초기업노조의 연합으로 산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대부분 초기업노조로 조직된 것과 달리 초기업 교섭은 진전이 더디다. 민주노총은 초기업 교섭구조에 속한 조합원을 39만5000여명(35%)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산별교섭 진행률이 낮은 이유로 사용자단체 참가에 소극적인 대기업, 동종의 산업이나 업종의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구성한 사업주단체가 정관이나 규정을 이유로 사용자단체 역할을 회피하는 점, 초기업교섭에 참여해온 사용자가 교섭단위 분리신청 등으로 초기업 교섭구조를 형해화하는 사례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서비스, 건설업, 숙박음식업, 시설관리 서비스 등 사업장 규모가 작거나 불안정 노동형태가 많은 곳일수록 단체협약 적용률도 낮다. 민주노총은 “이는 노조 조직률이 낮다는 것뿐 아니라 초기업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동종 산업, 업종, 직종 노동자에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도 드러낸다.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의 요건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노조법은 ‘하나의 지역에서 같은 업종의 노동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을 적용받게 된 때’에는 해당 지역에서 일하는 동종의 노동자에게도 단체협약의 효력이 확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까다로운 충족 요건 때문에 이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민주노총은 “초기업 교섭을 활성화하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가 산별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가 이를 거부·회피하지 못하게 하고,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거나 연합해 산별교섭에 참가하도록 교섭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면서 산별교섭을 배제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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