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단, 구청사업도 손댔다 멋대로 공사 중단
인천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행각을 벌여 20~30대 젊은이 3명의 희생을 불러온 건축업자 남(61)모씨 일당과 관련한 추가 범죄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 1계는 27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씨가 과거 ‘신탁사기’를 벌인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씨는 지난 2021년 미추홀구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신축하면서 건물의 토지를 담보로 신탁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렸다.
이 때 그는 분양이나 전세계약 등 권리도 함께 넘겼지만, 이를 숨기고 입주 예정자 55명으로부터 계약금 명목으로 1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1인당 전세 보증금의 약 10%인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을 계약금으로 남씨측 건설사에 지급했지만 지난해 7월 건설 공사가 중단되면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주상복합 건물은 지하 2층·지상 20층에 194가구 규모로 지난해 4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남씨 건설사 측은 자금난 등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다.
경찰은 고소인 55명의 조사는 모두 마쳤으며 현재 인천구치소에 수감 중인 남씨를 조만간 소환해 사실 관계를 추가로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피해자 55명에, 피해 금액은 18억원 상당”이라며 “남씨 조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씨 일당은 아파트·빌라 건축 외에 공공부문 사업에도 손을 댔다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한 사실도 밝혀졌다. 인천 동구에 따르면 동구는 2021년 인천의 A종합건설업체와 17억원 상당의 공사 계약을 맺고 송림동 송림지하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송림오거리 일대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총사업비 32억원을 들여 노후한 지하도를 북카페, 탁구장, 춤 연습장, 승강기 등을 갖춘 주민 편의시설로 바꾸는 사업이었다. A건설의 대표이사는 건축업자 남씨의 측근 B씨였다. B씨는 이번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피의자로 입건돼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건설은 2022년 4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다가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지난해 6월 돌연 공사를 중단했다. 그러자 동구는 A사에 대해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부정당 업자’ 처분을 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부정당 업자 처분을 받으면 2년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동구는 또 공사비 선금 7억원 중 약 3억1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동구는 지난해 새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올해 7월 말 준공을 목표로 송림지하도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동구 관계자는 “B씨 업체에 대해 계약을 해지한 뒤 실제 진행된 공사에 쓴 돈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모두 회수해 구가 손해를 본 금액은 없는 것으로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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