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요구로 보증금 올렸는데 우선변제 안된다고요?
최우선변제권 제도 허점 노출해
어쩔수없이 보증금 올려준경우
보호대상 제외 안되게 유의를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문제로 세입자들의 불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 중 약 30%가 임차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 근저당권이 있기 때문에 경매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고 배당 순위에서도 밀리기 때문이지만,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란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 정한 보증금 이하의 임차인에게는 확정일자 유무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먼저 배당해주는 제도다. 이는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전세사기 피해자 중 많은 이들이 경매 낙찰 시 무일푼으로 쫓겨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 요건과 그 문제점을 고민해봐야 한다.
첫째, 최우선변제 대상이 되려면 대항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즉 해당 주택에 전입신고를 하고 점유를 해야 하는데, 이는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유지하고 있어야 가장 안전하다. 다행히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이 대항요건을 유지하고 있었다.
둘째, 임차보증금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상한액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보증금 범위는 서울특별시 1억6500만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1억4500만원, 광역시는 85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7500만원 이하다. 이 기준 범위는 1984년 이후 11차례에 걸쳐 상향 조정됐다. 다만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최우선변제 기준 범위는 현재가 아닌 담보물권(근저당권 등) 설정일에 정해졌던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컨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인 인천 미추홀구는 현재 보증금 1억4500만원 이하일 경우 4800만원까지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지만, 경매사건에서 근저당권이 2017년도에 설정돼 있다면 당시 기준인 보증금 8000만원 이하의 임차인만 최우선변제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이는 근저당권자의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셋째, 최초 계약 시에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했으나 보증금 증액으로 기준 범위를 벗어날 경우에는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다. 이 문제로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 중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다. 임대인의 요구로 보증금을 증액한 탓에 최우선변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 사례와 유사한 판례를 보면, 임대차보증금을 증액해 소액임차인으로서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임차인의 지배 영역하에 있는 일이고, 임차인에게 불측의 손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과연 보증금 증액이 전적으로 임차인의 지배 영역에 있는 것일까?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는 자, 전세가격 급등으로 주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임대인의 증액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자에게 '왜 보증금을 증액했느냐'고 따져 묻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증액하기 전, 담보물권자가 설정 당시 이미 예상하고 있던 최우선변제액만큼은 임차인이 먼저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정한 기준이 적정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급변하는 전세가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는 힘들다. 다만 같은 생활권역이더라도 지역에 따라 전세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주거 유형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쉽지 않겠지만 서민을 두텁게 보호하고자 한다면 지역별·주거 유형별로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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