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사육’ 논란 가열...동물단체 “물건이 아냐” VS 육견업계 “생존권 침해”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3. 4.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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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민법개정안 촉구
육견협회, 25일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 여사, 중립을 지켜라”
육견협회 ‘개식용 종식’ 발언한 김건희 여사 향해 사과 촉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된 민법 98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내에 개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김건희 여사의 발언과 개고기 금지 관련 법안 추진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대한육견협회(이하 육견협회)가 성명을 내고 “김 여사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니고 대통령을 내조하는 사람이므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동물보호단체들은 “국회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이 삽입된 민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육견업계의 반발은 최근 김 여사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자유연대와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초청 오찬을 열고 “개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이에 육견업계는 김 여사의 발언이 개 농장주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며 항의 집회를 열고, 명예훼손 혐의로 김 여사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개 식용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사회적 관행이자 취향의 문제라는 육견업계 측과 엄연히 불법이라는 동물보호단체 간의 의견이 부딪치면서 여론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된 민법 98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카라, 행강 다솜, 등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이 결코 물건일 수 없는 상식을 명문화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1년 6개월이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단체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다”며 “동물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기를 바라기에는 여전히 ‘물건’에 머무른 동물의 법적 지위가 일보의 진전을 더디게 만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세계적으로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이미 오스트리아는 1988년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분하였고, 독일, 스위스도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했다”라며 “이제 대한민국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동물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물론 동물을 이용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고, 좁은 공간에 갇히거나 짧은 목줄에 매인 동물들의 처우에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의 근본은 바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인식에 있다”고 강조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된 민법 98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물단체는 “지난 4월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개혁 법안들 중 본 ‘민법 개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사위는 4·4 합의를 조속히 이행함으로써 시대요구에 적극 응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동물의 생명을 온전히 보호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관련 입법 과제들이 속도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법사위가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육견협회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자연인인 김 여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익단체인 동물보호단체의 편에 서서 개고기를 금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 활동이며 월권 및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임기 내 개고기 종식’ 발언을 규탄했다.

육견협회는 “대통령 부인 김 여사는 개를 이용해 거짓과 증오의 선전선동으로 후원금을 모금하여 갈취하는 조직범죄 집단인 동물보호단체에 속고 유착하여 임기 내 개고기 종식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태영호와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를 받아 즉시 개고기 금지법안을 발의했다”라고 했다.

대한육견협회가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규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는 엄연한 자연인인 김 여사가 행정권, 입법권, 사법권을 초월하는 초법적인 발언으로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인양 임기내 운운하며 대통령을 사칭하고 비선 실세임을 스스로 내세웠다”고 했다.

이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개 사육을 하는 우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본권인 생존권을 심대히 침해하는 반헌법적, 반민생적, 위헌적 발언으로 중대한 범죄적 행위임을 지적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개식용 종식을 위해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회적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와 육견협회 등 이해 당사자 간 이견이 커 정부는 관련 로드맵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12월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달까지 22여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로드맵 초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대한육견협회가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규탄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개식용 문화가 동물학대를 유발하는 ‘개 공장’을 난립하게 한다는 등의 이유로 빠른 시일 내에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육견협회 등 업계는 소상공인 생존, 동물학대와 식용 개의 차이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년4개월여간의 협의에도 사회적 합의안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개식용 논의 돼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개·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사용·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고양이 식용 사업 폐업 신고를 하거나 업종을 전환할 경우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겼다.

대한육견협회가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규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개 불법 사육, 도축, 식용을 금지하고 관련 상인의 안정적인 전업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축산법이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식품위생법 등에서 식용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는 점을 이용해 과태료, 벌금 부과 등 강제적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제적인 수단은 개식용 식당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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