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안부 산하기관, 특정 단체에 지원금 ‘몰빵’ 의혹···세금 ‘쌈짓돈’ 됐나

박용필 기자 2023. 4.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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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평가원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이 특정 단체에 지원금을 몰아주고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국민의 세금이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지방공기업평가원 협의회 및 유관 학회 지원내역’에 따르면 지방공기업평가원은 2021~2022년 2년간 6개의 학회와 협의회에 모두 9150만2200원을 지원했다. A학회에 행사 지원비 명목으로 1300만원, B 협의회에는 2014만1000원, C 학회에는 660만원, D 학회에는 300만원, E 학회에는 1876만1200원, F 학회에는 3000만을 각각 지원했다. 유관 학술단체나 협의회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이다.

행정학, 정책학, 회계학, 경영학, 경제학 등 유관 분야 학회나 협의회는 일정 규모 이상인 것만 추려도 20개가 훌쩍 넘는다. 그런데 평가원의 지원은 특정 단체에 집중됐다. B 협의회는 2년 간 무려 4번의 지원을 받았고, F 학회는 3번, A·C·E 학회는 각각 2번을 지원받았다. 수십여개의 유관 단체 중 특정 단체 5곳에만 지원이 중복된 것이다.

이 단체 중 일부는 평가원 임원들의 출장 내역에도 등장한다. 해당 기간 평가원의 고위 임원 두명은 모두 64건의 시외 출장을 갔다. 이 중 학회나 협의회 관련 행사 참석 건은 15건인데, 모두 중복 지원된 5개 중 3개 단체가 주관한 행사였다.

평가원의 임직원행동강령규칙은 직무 관계인으로부터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의 편의 제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즉 출장에 드는 비용 일체를 평가원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15건의 출장 당시 책정된 출장비는 대부분 3만원에서 10만원 사이였다. 사실상 교통비 정도만 책정한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일본 출장의 경우 출장비는 ‘0’원이었다.

출장 일정 대부분은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숙박비·식비는 물론 항공권 비용조차 책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던 셈이다. 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행사를 주관한 단체에서 사실상 일체의 비용을 대는 셈”이라며 “호텔 숙박비용·밥값·술값은 물론 현지 관광지를 도는 데 드는 비용 일체도 주관 단체에서 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지원금을 몰아주는 대가로 향응을 제공받은 것”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현재 이같은 의혹에 대해 자체 감사에 들어간 상태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세금이 몇몇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지방공기업의 경영평가와 설립타당성 검토를 위해 지방공기업법에 의거해 설립된 기관이다. 재원은 정부 예산과 연구용역비, 전국 자치단체의 출연금 등이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그럼에도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조항도, 지침도 없다. 지방공기업법은 평가원의 업무를 규정할 뿐 운영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행안부 차원의 지침도 없다. 그래서 평가원은 자체적으로 지침을 만들어 지원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회당 지원금 한도와 신청에서 접수, 지급까지의 절차 정도만 규정하고 있다.

선정 기준이나 중복 지원 금지 규정 같은 것은 없다. 그동안 지원금 신청 공고조차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평가원이 지원금을 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다수 학회는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일부 단체에만 지원이 집중된 이유다. 세금이 언제든지 몇몇 사람의 ‘쌈짓돈’이 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평가원 측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평가원은 “감사가 마무리된 뒤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답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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