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빈방미] 이재용·정의선도 갔는데 美 IRA‧반도체법 성과 '無'…평가 갈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여야간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재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 관계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과 맞물린 경제 안보 공급망 이슈에 대해선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경제 분야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양국의 협력이 활발한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 등에 합의했다. 또 이를 위한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출범시켜 매년 한국과 미국서 번갈아가며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관련해 추가 진전사항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윤 대통령은 이 사안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제임에도 공동기자회견 때 양국 정상과 기자들 간의 질의응답에서 IRA, 반도체법 두 단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양국 정상은 IRA와 반도체법과 관련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원칙만 재차 강조했다. 회담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IRA와 반도체법이 기업 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동맹국인 한국이 피해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국내 기업에 대해 배려하는 부분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 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미국이 잡아야 한다"며 "그래서 반도체법을 통과시키고 전 세계 마음이 맞는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제조하기로 했다"며 "이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우리의) 반도체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IRA·반도체법 두고 '빈손'…"韓 정부가 들러리?"
이를 두고 정치권은 강하게 비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얻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IRA와 반도체법에 불안해한다는 질의에 바이든 대통령은 회피성 답변만 내놓았다"며 "부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들러리쯤으로 여기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견기업계도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관련 명문화된 추가 조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면서도 "정상 간 상호 우호적 이해를 바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사업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큰 변화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에 관한 한국 기업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를 설치, 반도체·배터리·바이오·양자 등 첨단 기술 공동 연구 개발과 전문 인력 교류를 확대했다"며 "두 법이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이어가기로 한 합의에 크게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선 이번에 반도체법, IRA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봤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미국의 움직임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업체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 정부가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5천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중국 투자 제한 가드레일 등 다소 무리한 조항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법 지원금 신청 의향서(SOI)를 낸 기업이 200곳을 넘었다고 밝힌 상태로, 업계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미국 공장 건설 계획과 관련해 신청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투자 관련 부지 선정 등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보조금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정부가 기업들이 우려하는 반도체 지원법의 의무조항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개별 기업 협상을 구체화할 것인데 당사도 이 절차에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 기업은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밀 자료 제출 범위를 최소화하고 가드레일 조항을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일정 중 해결책을 전혀 찾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인이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동행했는데 이들도 굉장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전경련, 한미 정상회담 성과 두고 호평 일색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신설, 첨단기술 관련 공동연구·개발과 전문인력 교류 촉진, 청년교류 활성화, 국제관계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 수많은 성과물이 도출됐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윤 대통령 방미 일정 중 경제인 행사를 주관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공개한 논평에서 호평 일색이었다. 전경련은 "70년간 혈맹으로 이어져 온 양국관계가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양국이 핵심기술과 첨단산업분야로 협력을 심화하고 통상 관련 우려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루기로 한 것에 대해 큰 성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여하는 방미 경제사절단을 이번에 꾸렸다. 경제사절단은 대·중소기업 등 122명으로 구성돼 윤 대통령과 미국을 찾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외환시장 협력과 공급망 생태계 구축 등 공동의 경제안보 강화 방향에 공감한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자유, 민주, 시장경제를 드높이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난 30년 이상 다져온 민간 대미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제계 차원에서 한미정상회담의 협의사항들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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