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미중 갈등…갈림길에 선 중국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시진핑의 중국몽과 미디어 전략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970년대 말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꺼내며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이래로 중국은 빠른 속도로 서구를 따라잡았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현재 G2(주요 2개국)로 성장한 중국 앞에는 세계 최강국 미국만이 있을 뿐이다. 인류사를 돌이켜봤을 때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고, 둘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현재를 조망하는 책이 잇달아 출간돼 관심을 끈다.
위엔위엔 앙 미국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교수가 쓴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한겨레출판)는 부패가 중국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주장하는 독특한 학술서다. 물론 부정부패가 좋다고 말할 정도로 책의 논리가 단순하진 않다.
저자는 일단 부패의 종류를 바늘도둑, 소도둑, 급행료, 인허가료로 세분화한다. 바늘도둑은 시민을 대상으로 갈취를 일삼는 하위 공무원의 부패를 말하고, 소도둑은 공공재원을 횡령하는 고위공무원의 부정행위를 뜻한다. 급행료는 소상공인이 영업허가를 받고자 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바치는 부패를, 인허가료는 대규모 건설사업이나 재건축 프로젝트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고위 관료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저자는 이 가운데 인허가료는 경제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활발한 사업과 투자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일종의 자본주의 성장 촉진제이자 소량만 쓰면 질환을 완화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인 셈이다.
문제는 스테로이드가 우리 몸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인허가료는 사회적 불만과 불평등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인허가료 부패가 그간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으나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다.
또한 중국식 이익 공유제도 경제발전에 토대가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익 공유제는 지방에서 거둔 이익 중 일부는 열심히 뛴 지방 공무원들이 차지한다는 발상에 뿌리를 둔다. 이에 따라 지방 공무원들은 열심히만 하면 급여 외에 정치적 성공, 금전적 이익, 승진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저자는 "부패는 항상 나쁘지만, 모든 유형의 부패가 경제에 똑같이 나쁜 것은 아니며 같은 종류의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다만 부패의 부작용 또한 강력한 만큼 중국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부패의 사슬을 끊어낼 필요 있다고 지적한다. 시진핑 정부가 추진 중인 '반부패 운동'을 주목해서 봐야 할 이유다.
마이클 스조니 하버드대 중국사 교수, 마리아 에이들 캐러이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 중국학 조교수 등이 엮은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미래의창)은 미·중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은 전문가 46명의 글을 담은 책이다. 안보, 경제, 군사 개발, 기후변화, 과학기술, 공중보건, 교육 등을 주제로 미·중 관계에 대한 여러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중국의 발전은 눈부시다. 중국은 여러 부문에 걸쳐 미국에 근접해가고 있다. 2018년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3억4천40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3억3천만명)를 추월했다.
외교에서도 세를 키워가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도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파나마는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5G 통신망 건설에서 화웨이 배제 전략을 골자로 한 미국 주도의 '클린 네트워크'에 중남미 국가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그간 '미국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세계화 프로그램 '일대일로'(一帶一路)는 미국의 방해에도 아시아, 아프리카로 계속 뻗어가고 있다. 유럽의 대국 독일과 프랑스도 변함없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거침없는 행보에 최강국 미국도 중국 반도체 규제, 동맹 강화 등 다양한 경제, 외교 정책을 쓰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미·중 관계의 현재를 조명한다.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필요할 때는 경쟁적이고, 가능할 때는 협력적이며, 불가피할 때는 적대적일 것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우리가 힘의 우위를 가지는 상태에서 중국에 관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간지 베이징특파원을 지낸 정원교 씨가 쓴 '시진핑의 중국몽과 미디어 전략'(나남출판)은 시진핑 집권기에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실행하는 미디어 전략과 실체, 기원을 밝힌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체험과 취재기록, 각종 현지 문헌 자료를 통해 중국 정부가 어떻게 인민들을 단합시키고 그 과정에서 어떤 미디어 전략을 구사하는지, 또한 그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 양영빈 옮김. 372쪽.
▲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 = 함규진 옮김. 520쪽.
▲ 시진핑의 중국몽과 미디어 전략 = 38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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