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으로 만든 옷, 세계의 패피를 사로잡다 [디자인플러스]

2023. 4. 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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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최강혁·손상락의 ‘강혁’
우주항공·방산소재와 패션 결합
패션브랜드 강혁을 전개하는 손상락(사진 왼쪽)과 최강혁 디자이너 Ⓒ최강혁, 손상락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로 꼽히는 성수동. 디오르 매장과 1인 디자이너 부띠끄 숍들이 골목 이곳저곳에 포진한 지하철역 근처 5층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 건물이 있다. 작은 정원 겸 주차장이 있는 이곳의 꼭대기 층, 최강혁·손상락이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강혁’(kanghyuk)의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다. 브랜드를 시작한 지난 2017년 이곳에 터를 잡은 이후 벌써 7년째다.

스튜디오는 공장과 같은 공간을 쓰고 있어서인지 수 십대의 미싱과 산처럼 쌓인 원단, 패치워크, 샘플, 재단 종이 등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미니멀 보다는 맥시멀에 가깝지만, 동시에 지독하게 효율적이다. 이곳은 지난 2019년 LVMH 프라이즈 세미파이널리스트이자 2021~2022년 2년 연속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인 브랜드 ‘강혁’이 존재하게 된 일종의 발원지였다. 그들은 이곳에서 상상하고, 만들어보고, 생산한다.

인터뷰는 공장 한 켠에 마련된 넓은 테이블에서 진행됐다. 조금 전까지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음이 분명한 작업대였다. 원단과 자, 실, 바늘, 가위가 한쪽으로 밀려났다. 2014년 런던 RCA(Royal College of Art) 대학원 과정에서부터 함께 한 듀오 디자이너는 이제는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듯 자신 몫의 음료와 자료를 여상하게 나눴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는 단계. 작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 강혁이 유지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이하는 디자이너들과 일문일답.

강혁 COLLECTION 13 | 2023 SPRING/SUMMER [강혁 스튜디오]

▶‘강혁’은 어떤 브랜드인가.

- 손상락(이하 손): 최강혁의 졸업 컬렉션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2017년 처음 시작했고, 올해로 7년차다. 브랜드 키워드는 인공, 소재, 균형이다. 인공은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것, 소재는 디자인의 가장 기본이다. 소재의 완벽한 이해를 통해 디자인을 끌어낸다. 균형은 지속가능성이다. 친환경적 실천 방향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

-최강혁(이하 최): 처음엔 에어백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였으나, 이제는 꼭 그것만 고집하진 않는다. 최근엔 우주복 소재, 방위산업에서 쓰는 소재도 쓴다. 최첨단 소재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소재도 사용한다. 다만 이 경우엔 우리만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 에어백 소재를 더해서 스티치 하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준다.

▶두 명의 디자이너가 운영하는데 왜 한 명 디자이너 이름만 쓰나.

-손 : 브랜드를 론칭하고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하하) 브랜드가 시작한 게 최강혁의 대학원 졸업작품부터다. 에어백을 적용한 컬렉션이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나는 세 시즌이 지나고 2017년 2월 합류했다. 또 당시엔 두 명의 디자이너가 한 명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특이한 것도 아니었다.

-최 : 두 번째 시즌이 끝나고 상락이 영국에서 들어오면서 같이 회사를 만들었다. 강혁은 세번째 시즌부터가 본격적 시작이다. 각자 역할 분담이 있긴 하지만, 사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말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붙어있다. 이거 어떠냐 물어보면서 시즌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더해 결과물을 낸다. 상호보완적이라고 보면 된다. 재미있게 작업한다.

강혁 COLLECTION 13 WMNS | 2023 SPRING/SUMMER [강혁 스튜디오]

▶에어백을 사용하는 것에서 시작해 지금은 타이어코드, 아라미드 같은 반도체 산업이나 우주항공산업에서 쓰는 최첨단 소재도 활용한다. 소재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있나. 혹시 입었을 때 편한 소재인가.

-최: 전혀 안 편하고, 매우 불편하다. (하하) 비싸고 잘 사용되지도 않는다. 다만 산업화에 특화된 형태로 나오는 섬유를 어떻게 패션과 접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하다 보니 이런 소재들을 쓰게 됐다. 입고 편하라고 만든다기보다 하나의 개념이다. 가장 인공적인 가공이라고 할까.

사실 에어백을 처음 쓴 것도 우연이었다. 에어백을 보고 저걸 디자인에 응용해야겠다 생각했다. 카센터에서 폐 에어백을 공수하고 옷으로 만들었는데 느낌이 좋았다. 당시 졸업 작품전에서 직물의 패턴을 그대로 활용하는 게 콘셉트였는데, 에어백의 바코드, 로고, 스티치 같은 것들이 디자인적으로 끌렸다. 그것이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강혁 COLLECTION 12 | 2023 SPRING/SUMMER [강혁 스튜디오]

▶최근엔 강혁이라는 이름으로 파운드리 갤러리(3월 17일~5월 13일)에서 개인전도 열고있다. 2021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것인가.

-손: ‘예술적 자아’라고 해야하나. 디자이너로 풀어내지 못하는 부분들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전시 주제가 ‘표면(Surface)’다. 경첩으로 표면이 특이한 동물인 호저와 스트라이프 하이에나를 만들었다. 이런 생명체를 만들게 된 것은 우리 브랜드가 인공세계에 대한 관심이 늘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작은 유닛에서 시작해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맨 처음 경첩으로 무언가를 만들었던 건 파리 팝업에서 선보였던 강아지가 시작이었다. 무언가 계획적으로 도면이나 설계도를 그려서 만드는 것은 아니고 경첩을 하나씩 더해가며, 모양을 잡고 또 빼고 균형을 맞추는 정말 손으로 완성해가는 방식이다. 매우 비효율적이고 무식한 방법이다.

-최: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이베이에서 낙찰받은 빈티지 낙하산에 기하학적 패턴을 프린팅하고 에어백 원단에도 전사기법으로 이미지를 여러겹 입힌 평면작업이다. 패션과 아트의 연관성이 분명히 있다. 두 작업을 병행해가며 리프레시하고, 또 그런 느낌이 새로운 컬렉션에도 녹아든다.

강혁 개인전 〈SURFACE〉 전시전경 [파운드리 서울 제공]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최: 지난해까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했다. 올해는 크록스와 리복과 함께하고 있다. 또 SS준비에 바쁘다. 1월과 6월, 연간 두 번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당장은 5월 초에 있는 아트페어인 아트부산에 낼 작품 만드느라 90%가 아트워크에 집중하고 있다.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유가 있나. 패션쇼는 하지 않나.

- 손: 파리가 브랜드로는 처음 컬렉션을 선보인 곳이기도 하지만, 패션의 수도는 여전히 파리다. 반면 서울은 패션 브랜드를 하기엔 너무 좋은 도시다. 동대문시스템이나 숙련된 인력 등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최: 캣워크는 옷을 착용하고 걸어야한다. 옷 마다 원단이 달라야하고, 그 변화가 도드라져야한다. 우리 브랜드와는 맞지 않는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콘셉트를 잡고 가장 잘 보여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이렇게 구축하는 방식은 쇼를 통해서는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고 본다. 언젠가,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면 제대로 (패션쇼를) 한 번 해보고 싶긴 하다.

강혁 개인전 〈SURFACE〉 전시전경 [파운드리 서울 제공]

▶해외 중요 바이어들에게 어떻게 어필하는지.

-최: (고민하다가) 불친절한 스타일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손: 설명이 길어지는건,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몇 마디 해보고 결과물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이 우리 옷을 보고 괜찮다고 느끼면, 사실 많은 부분이 비언어적 설명으로 끝난다.

▶완전 신인 브랜드에서 벗어나 이제 인지도도 쌓이고 성장가도에 있는데, 앞으로 계획은.

-최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소재에 대한 고민이 많기에, 얼마 전 새로운 레더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실 1년 뒤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서울이 전 세계에서 가장 힙한 도시이지만, 과연 이것이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강혁이라는 브랜드가 레거시 하우스로 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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