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여성 ‘준강간’ 무죄…법원은 왜 ‘명시적 동의’ 판단을 못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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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동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태의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무죄를 확정하자,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대법원도 공범"이라며 비판했다.
준강간공대위는 "시시티브이(CCTV)를 통해 피해자가 스스로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태임이 확인되고, 이런 피해자에게 성폭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조력한 준강간 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며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동의도 항거도 할 수 없는 만취한 여성에게 저지른 성폭력은 처벌조차 되지 않는다'고 공표를 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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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동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태의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무죄를 확정하자,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대법원도 공범”이라며 비판했다.
166개 여성단체가 모인 준강간사건의정의로운판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준강간공대위)는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부가 외면해 온 가장 보통의 준강간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이 동의도 항거도 할 수 없었던 성폭력 피해자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피해자는 지난 2017년 5월 서울의 한 클럽에 갔다가 ㄱ씨와 합석해 술을 마신 후 기억을 잃었다. ㄱ씨는 항거불능인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해 경기도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준강간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으로 불린다. ㄱ씨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준강간공대위는 “시시티브이(CCTV)를 통해 피해자가 스스로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태임이 확인되고, 이런 피해자에게 성폭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조력한 준강간 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며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동의도 항거도 할 수 없는 만취한 여성에게 저지른 성폭력은 처벌조차 되지 않는다’고 공표를 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소송당사자인 피해자는 대리인을 통해 “이 판결은 절대적이어서도,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며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한 가해자는 결국 반성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당당하게 이 사회를 활보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이 오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성폭력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후퇴시킨 시대착오적 판결의 사례로 영원히 박제될 것이며, ‘실수’를 바로잡지 못한 법관들은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건을 맡은 이영실 변호사는 “피해자가 의식을 상실한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피고인이 인지한 사정, 피해자로부터 동의받지 않은 사실 등을 기준으로 피고인의 고의를 판단하여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음주 성폭력 사건에 관한 편견과 통념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소연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왜곡된 통념을 전제로 술에 취한 피해자의 동의를 함부로 단정하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조 소장은 “피해자가 명시적이고 자발적인 동의 표시를 할 수 있었는지의 문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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