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멈춘 미추홀구 주상복합…경찰, ‘인천 건축왕’ 전세 분양 사기 추가 수사

120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인천 건축왕’ 남모(62)씨에 대해 경찰이 전세분양 사기 혐의를 추가 수사 중이다. 준공 일자도 맞추지 못하고 돌연 공사를 멈춘 미추홀구 내 194세대 주상복합건물과 관련해 입주예정자 55명으로부터 계약금 1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남씨의 추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최근 주안동에서 신축 중인 지하 2층∼지상 20층의 한 주상복합이 그가 대표로 있는 상진종합건설이 짓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다.

27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한 주상복합건물 주차장 출입문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앞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해당 전세계약금 규모가 40억원이라고 전했지만, 경찰이 살펴본 혐의 액수는 이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민간임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합쳐진 이 건물은 2021년 11월부터 ‘전세 분양’ 방식으로 선보였다.

당시 건설사 측은 입주자를 모집하며 “2년 동안 전세로 살고 이후에 분양할 때 우선권을 주겠다”며 현혹했다. 전세가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3500만원만 있으면 입주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피해자들은 가구당 보증금의 10% 수준인 3000만∼4000만원을 계약금으로 건넸다. 

당초 지난해 4월 준공 예정이었만 그해 7월에도 공사가 끝나기는 커녕 돌연 멈춰섰다. 건설사 측은 자금난 등을 이유로 공정을 이어가지 못했고 입주를 계속 미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남씨가 다른 사업장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자금 부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고 ‘돌려 막기’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뉴시스

경찰 조사 결과, 남씨는 이 건물의 토지를 담보로 신탁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분양이나 전세계약 등 권리도 함께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전세계약이나 분양을 직접 할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입주자를 모은 것이다.

경찰은 고소인 55명의 조사는 마쳤으며 남씨를 조만간 조사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남씨와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일당 61명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에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481채의 전세 보증금 38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