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스며든 마약…대마 재배법 찾는데 5분도 안 걸렸다

오현지 기자 2023. 4. 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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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영단어를 조합해 검색 사이트에 입력하자마자 수만개의 게시글과 이미지가 스크롤을 내려도 끝없이 쏟아졌다.

원룸이 밀집한 제주 주택가 오피스텔에서 4개월간 대마를 키워 흡연하다 구속된 20대 남녀가 "독학으로 대마 재배법을 배웠다"는 말이 허풍이 아닌 셈이었다.

이들은 해외 사이트에서 100여 만원 상당의 대마 씨앗과 암막 텐트 등의 재배 설비를 구한 데 이어 인터넷을 통해 재배법을 '독학'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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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들어온 마약…포털사이트 검색하자 정보 '와르르'
오피스텔 대마 재배·흡연 20대들…"독학으로 배워"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와 B씨가 대마를 재배한 방 암막 텐트 안에서 건조 중이던 대마.(제주경찰청 제공)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대마, 실내, 재배'

세개의 영단어를 조합해 검색 사이트에 입력하자마자 수만개의 게시글과 이미지가 스크롤을 내려도 끝없이 쏟아졌다.

원룸이 밀집한 제주 주택가 오피스텔에서 4개월간 대마를 키워 흡연하다 구속된 20대 남녀가 "독학으로 대마 재배법을 배웠다"는 말이 허풍이 아닌 셈이었다.

이번 사례의 경우 규모로 봤을 때 대형 사건은 아니지만, 제주에서도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든 마약범죄의 단상을 보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제주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와 B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해외 사이트에서 100여 만원 상당의 대마 씨앗과 암막 텐트 등의 재배 설비를 구한 데 이어 인터넷을 통해 재배법을 '독학'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대마초만 88.6g, 1770만원 상당이다.

실제로 구글 검색 후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용자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에 생성된 '대마 재배'라는 제목의 문서를 찾을 수 있었다. 자동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해 페이지 전체를 한국어로 번역하자 조명 사용법과 온도 조절법, 대마 수확 시기, 건조 방법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해외 사이트를 이용한 씨앗 구매도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대마 씨앗'을 검색해 상단에 나온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수십가지를 훌쩍 넘는 종류의 씨앗이 구매버튼과 함께 노출됐다.

27일 제주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주거지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수십차례 흡연해 온 20대 남녀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 주거지에서 압수한 대마. 2023.4.27/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키워드를 넣자 조회수가 수백만회를 훌쩍 넘는 수많은 재배법 영상이 검색됐다. 성인인증 후 영상을 무작위로 선택하자 A씨와 B씨가 사용했던 암막 텐트와 흡사한 구조에서 대마를 키우는 방법이 상세히 재생됐다.

한 게시글에서는 "대마초 냄새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이를 가릴 수 있어야 한다"며 범행을 숨길 방법까지 소개하기도 했다.

4개월여 간 대마를 키워 온 A씨와 B씨가 덜미를 잡힌 것도 냄새 때문이었다. 이들은 대마 특유의 향을 수상하게 여긴 이웃의 신고로 오피스텔 호실을 특정한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제주에서 대마를 직접 기르고 피우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0대 남녀 C씨와 D씨도 서귀포시에 있는 집 등에 천막 형식의 구조물을 설치해 대마를 재배하고, 피운 혐의로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조사 결과 이들은 한 번에 0.5g씩 무려 1510번에 걸쳐 흡연할 수 있는 대마 총 755.04g을 보관하고 있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무, 학술연구, 의료목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대마 수출입과 제조, 매매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대마의 경우 다른 마약에 비해 환각효과와 중독성이 낮지만 중독성이 더 강한 마약류로 진입하는 '입문 마약'으로 평가된다.

경찰 관계자는 "대마 씨앗 사이트 등 구글링을 통해 접속 가능한 사이트가 해외에 있어 선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심각해지는 마약류 범죄 척결을 위해 수사역량을 모아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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