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기가팩토리, 한국에 들어오기 쉽잖을 텐데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영빈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접견하고 있다. 워싱턴|김창길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회장·CEO)를 만나면서 기가팩토리(테슬라 전기차 통합 공장)의 한국 유치가 가능할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2차전지 등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우수 인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경쟁국가로 거론되는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자동차 수요, 인건비 등을 거론하며 전문가들은 기가팩토리의 국내 유치에는 회의적인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중인 26일(현지시간) 머스크 회장을 접견했다. 머스크 회장의 요청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가팩토리 한국 유치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최고 수준의 제조 로봇과 고급 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테슬라사가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는 데 최고의 효율성을 거둘 수 있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테슬라가 한국에 투자한다면 입지, 인력, 세제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코리아 포더 넥스트 기가팩토리(Korea for the Next Gigafactory)’라는 제목의 책자도 직접 전달했다. 머스크 회장은 “한국은 기가팩토리 투자지로서 매우 흥미롭고 여전히 최우선 후보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화상전화를 통해 머스크에게 직접 투자 유치를 요청한 바 있다.

테슬라가 실제 한국에 들어올 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정부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 공급망 생태계에 강점이 있다고 본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만큼 경쟁력 있는 부품업체를 보유한 국가도 드물다“며 “테슬라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최종 후보지로 거론되는 인도네시아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약하다고 평가한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니켈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잠재 수요도 더 많고, 동남아 시장의 판매 거점으로 삼기에도 좋다.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의 ‘K 배터리’ 업체들은 오히려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부품 공급망도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우수 부품 업체들은 다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가 진출하기도 어렵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기가팩토리) 한국 유치는 어렵다. 동남아 시장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로 와서 다시 수출하는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다”며 “게다가 한국은 (테슬라 공장이 이미 있는)중국과도 가깝고 내수 시장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곤 우리 자동차 관련 회사들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테슬라가 오면 여러 지원을 해야 할텐데 역차별 논란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보조금 지원을 못 받는 상황에서 테슬라에 막대한 지원을 해준다면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의 인건비는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고, 외국 기업 입장에선 노조 리스크도 있다”며 “한국에서 만들어진 외국 자동차 공장은 1997년 GM 공장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거는 자동차 공장을 새로 만들기에 한국은 적합한 지역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