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를 어떻게 이겨”... 獨 최대 냉난방 기업 피스만, 美 캐리어에 매각

독일 최대 히트펌프 등 난방기기 제조 회사 중 하나인 피스만의 주력부문인 냉난방 기술 부문이 미국 냉방기 제조사 캐리어 글로벌에 매각 결정됐다.

2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국매체들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피스만은 120억유로(17조8000억원)에 주력 부문인 냉난방 기술 부문을 미국 캐리어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스만은 판매가격의 80%는 현찰로, 20%는 캐리어 주식 형태로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설립자 후손인 막스 피스만 피스만 대표는 캐리어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번 매각에 대해 데이비드 기틀린 캐리어 대표는 “게임의 규칙을 바꿀 기회”라고 밝혔다. 피스만은 보쉬와 바일란트와 함께 독일 최대 난방기기 제조업체 중 하나로 최근 독일 정부의 기후친화적 난방 전환에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됐다.

피스만은 업계에서 모범적인 업체로 통하며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히트펌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직접 찾아간 업체기도 하다. 피스만 임직원 1만4500명중 1만1000명이 냉난방 기술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피스만의 올해 매출액은 40억유로(5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캐리어는 유럽의 히트펌프 시장이 2027년까지 150억유로(22조2000억원) 규모로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매체들 피스만이 아시아에서 몰려오는 압도적인 업체들과 경쟁에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구 시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피스만은 스스로 독일 히트펌프 시장을 거세게 공략할 한국과 중국, 일본 업체, 특히 한국의 삼성과 LG를 이겨낼 위치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게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의 분석이다. 삼성과 LG에 비하면 규모나 수량 면에서 피스만이 난쟁이같이 보이게 한다고 FAZ는 덧붙였다.

독일 정부는 이번 매각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우리는 예정된 점검 절차에 따라 매각계획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며 “이번 매각이 우리 경제와 글로벌 산업입지로서 독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매각, 매수자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업체들은 히트펌프 기술 발전에 공헌한 만큼, 독일의 에너지 정책과 이에 따른 이익 등 이점은 산업입지로서 독일에 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