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북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법인 취소 다시 판단해야”
문재인 정부 때 통일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것이 적법했다는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대법원은 대북 전단 살포가 공익을 저해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표현·결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며 법인 취소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낸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단체 측 패소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20년 4~6월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경기 김포·파주시 일대에서 북한 지도부·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지 50만장을 대형 풍선에 실어 북한 방향 상공으로 무단 살포했다. 이에 통일부는 2020년 7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통일부는 이 단체가 설립목적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했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의 위험을 초래하며 한반도에 긴장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쳤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 등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하면 주무관청은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2심 모두 단체 측 패소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일으켜 그곳 주민들의 생명·신체 안전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다”며 “대한민국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 직접적·구체적으로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법인의 해산을 초래하는 설립 허가 취소는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와 과잉금지 원칙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표현 내용에 대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엄격한 요건 하에서 허용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국제적·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표현·결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라며 “통일부가 처분 이유로 내세우는 공익은 매우 포괄적·정치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그 저해에 관한 근본 책임을 전단 살포 행위에만 묻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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