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위 “특별법은 피해자 지원 위한 법안이 아니라, 걸러내기 위한 법안인가”

김동환 2023. 4.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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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 발표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한 주상복합건물 주차장 출입문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이 건물은 인천 전세사기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 A씨가 건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연합뉴스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특별법)’ 등 대책은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27일 제기됐다.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 여당이 발표한 특별법안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 피해자를 걸러내기 위한 법안처럼 느껴진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어 “정부 여당이 발표한 특별법안은 지원 대상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피해 심사와 인정 절차조차 매우 까다롭고 장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같은 날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특별법은 통상의 임대차계약 기간을 고려해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신속한 지원을 펼친다.

정부는 향후 새로운 전세사기 계약의 체결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이미 체결된 계약의 만료 시한 도래로 당분간 비슷한 피해가 지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저리대출이나 긴급거처 등을 지원해왔지만 경매 등으로 퇴거 위기에 처한 피해자의 주거불안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특별법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 될 우려 등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이를 피해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다.

다만, 임차인이 직접 피해자 인정을 받고자 신청해야 하고,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가 여섯 가지 조건 충족 여부를 따져 피해자 여부를 결정한다.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우선매수권 등 특례 ▲임차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특례 ▲계속 거주 희망 시 공공이 매입 후 임대주택으로 공급 ▲생계가 곤란한 피해자에 긴급 자금‧복지지원 등이 주어진다.

정부는 즉시 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와 협의하여 신속히 제도화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책위는 여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피해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대책위는 “지원 대상이 협소하게 적용되면 경매 완료, 전출, 동시진행 등 불가피한 이유로 대항력을 상실한 피해자들은 아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경공매 진행, 임대인의 상속문제 미해결 등으로 경매 진행이 늦어지면 아예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다수의 피해자 발생 우려 시’라거나 ‘보증금의 상당액 미반환이 우려되는 경우’ 등도 추상적인 표현이라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지속 요구해 온 채권 매입 방안이 대책에서 빠졌다면서, 우선매수권 부여를 두고 “경매꾼들의 경매 참여로 경락가격이 높게 형성돼 정작 피해자들이 그 주택을 우선매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도 우려했다.

현행법상 임차주택 경매 시 피해 임차인이 다른 채권자 등과 마찬가지로 최고가 입찰 시에만 낙찰이 가능하던 것을 바꿔 우선매수 신고 시 최고가낙찰액과 같은 가격으로 낙찰 가능하다면서, 임차인이 희망 시 LH에 우선매수권 양도도 가능하다고 정부는 밝힌다.

이에 대책위는 “정부와 여당에 면담과 피해자들의 현실이 반영된 정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지만, 이번 특별법안마저도 정부 여당의 일방적인 입장만 담고 있다”면서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피해자대책위와 만나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대책이 무엇인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에 반영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의 일방적인 특별법 밀어붙이기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전세사기 피해실태와 현황을 제대로 조사해서 대다수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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