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방’ UAE, 자국 내 중국 군사시설 건설 재개 의혹
바이든, 2년 전 공사중단 직접 요구
중, 사우디-이란 중재 등 중동 영향력 확대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 정부의 요구로 중단했던 자국 내 중국군 군사시설 건설을 재개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온라인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 채팅방에서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중동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UAE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기존 중동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기밀문서를 인용해 지난해 12월부터 UAE 아부다비 인근 항구에서 중국 군사시설 건설 재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2021년 11월 중국 국영 해운기업인 중국원양해운(COSCO)이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공사가 군사시설 건설 목적이라고 판단하고 UAE에 작업 중단을 요구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UAE의 실질적인 지도자였던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왕세제에게 두 차례에 걸쳐 우려를 직접 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UAE는 “중국에 군사시설 설치를 허용한 적이 없다”면서도 미국 요구를 받아들여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후 알나흐얀 왕세제는 지난해 5월 UAE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미 국방부 기밀문서대로라면 UAE가 미국의 우려 등을 고려해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약 1년 만에 군사시설 건설을 다시 시작한 셈이다.
기밀문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최소 5개국에 10개 병참 지원기지를 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 계획에 ‘프로젝트 141’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실제로 중국은 아시아 캄보디아, 아프리카 지부티·적도기니·가봉 등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하지만 UAE는 중동의 대표적인 미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다른 국가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기밀문서엔 미국 정부의 당혹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미국의 오랜 안보 파트너인 UAE가 미국과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증거”라며 “아부다비 건설 현장 주변에서 중국 군인들이 목격됐다는 보고에 미국 관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DC 주재 중국 대사관은 WP 질의에 “중국은 원칙적으로 평등과 호혜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와 정상적인 법 집행과 안보 협력을 하고 있다”며 “800개 이상의 해외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이 다른 국가를 비판할 입장은 못 된다”고 날을 세웠다. 미 국방부는 WP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기밀문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달 앙숙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회복을 계기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아랍연맹(AL) 복귀와 예멘 내전 종전까지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중동에서의 중국 발언권은 점점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는 등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선 것도 미국으로선 부담이라고 WP는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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