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존망 달린 인구 위기, 지자체가 고민할 때
[서울&]
지난해 동작구의 65살 이상 인구 비율은 17.8%, 합계출산율은 0.57명이다. 이 통계지표로는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2월, 더 현실적이고 심각한 ‘시그널’이 들려왔다. 지방도 아닌 서울에서 도봉고등학교가 내년 2월 폐교 예정이다. 최근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전국적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하지만 서울에서 일반계 고교가 폐교되는 것은 도봉고가 처음이다.
학령인구(6~21살) 비율이 높은 서울에서 폐교되는 고등학교가 나온 것은 저출산 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중대한 시사점이다. 국가적 위기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현시점, 지자체장으로서 한계는 있겠지만 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대한 고민이 깊다.
민선 8기 동작구가 고민한 첫 번째 해답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돌봄’ 고민이 없는 환경 구축이 지자체 차원의 저출산 대책이라는 일념으로, 임신부터 초등학생 돌봄까지 전 단계에 걸쳐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취임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국가에서 챙기지 못했던 비용까지 포함된 ‘동작구형 임신·출산 지원 패키지’를 지원하는 일이다. 개인 부담이 컸던 산후조리비를 새롭게 지원하고, 고위험 임신부에게만 지원했던 태아 기형아 검사를 모든 임신부에게 지원한다. 또한 출산축하금, 출산축하용품 등 재정 지원 체계도 정비했다.
지난 3월에는 임산부와 아기 건강을 지키는 ‘동작구 모자건강센터’를 개소했다. 난임부부 지원, 임산부 건강검진, 영유아 영양식품 지원 등 임신-출산-양육 기간에 걸쳐 원스톱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영유아 보육에서도 최고의 보육서비스를 목표로 어린이집 급식·간식비를 전국 최고 수준으로 증액했고 질 좋은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 조리사 근속수당도 자치구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다. 구립 어린이집 원장 정년을 만 65살까지 연장하고 교직원 상해보험료를 신설하는 등 보육교직원의 처우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돌봄에 공백이 없도록 시간제 보육시설을 11곳에서 24곳까지 확대하고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야간연장 특화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동작키즈카페’ 운영시간을 일요일까지 연장하고 키즈카페 전체 11곳에서 도서와 장난감 대여 서비스를 개시했다. 초등 돌봄시설인 ‘키움센터’ 역시 14곳 운영 중이며 동작키즈카페나 키움센터가 없는 지역이 없도록 모든 동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인구 위기에서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고령화 문제 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사회를 사는 어르신들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불안하고,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며, 건강이 제일 걱정이라고 한다. 정보 부족으로 불안하면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 외롭지 않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건강 걱정 없도록 건강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면 된다. 이 문제에서도 해법은 공적 돌봄체계 안에 어르신들이 머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먼저 지난 3월, 어르신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어르신행복콜센터’를 개소했다. 전국 최초 어르신 전용 상담콜센터로, 전화 한 통(1899-2288)으로 전문상담사가 어르신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결사 구실을 하고 있다.
둘째, 올해부터 어르신 등 1인 취약가구와 동행인을 1 대 1로 결연하는 ‘동작동행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동행인은 취약가구에 전화·방문으로 말벗 및 안전 확인, 비상연락망 구축, 상황별 복지서비스 연계 등의 역할을 한다. 현재 1천 명 넘는 동행인이 활동하고 있으며 동행이 필요한 가구도 지속 발굴하고 있다.
셋째, 동작구는 현 보건소 부지에 장승배기의 랜드마크가 될 ‘미래형 헬스케어 앵커시설’을 조성한다. 높이 25~30층으로 건축되고 보건소와 병원을 연계한 바이오 메디컬 아르앤디(R&D) 센터 등 업무시설과 숙박 및 고급형 실버주택이 들어선다. 현재 개발사업자 공모를 진행 중이며, 미래형 헬스케어 시설을 기반으로 스마트 돌봄시스템을 구축해 고령화 사회에 대응할 계획이다.
물론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국가적 어젠다이며 기초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동작구청장으로서 어르신과 아이만큼은 동작구가 책임지고 돌보겠다는 생각이며, 이러한 작은 생각이 모이고 공공과 민간이 각자 위치에서 노력한다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이 멀지만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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