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등 주가조작 세력에 돈 맡긴 투자자들 '피해자인가 공범인가'

이비슬 기자 2023. 4. 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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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주가조작 미리 알았나"에 따라 갈려
다단계 방식 투자자 모집 "단계적 가담도 공범 처벌 가능성"
임창정 2018.2.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SG증권발 주가조작 사건' 혐의자들에게 가수 임창정씨(50)가 30억원을 투자한 것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임씨는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거액을 투자했다 손실을 입은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가조작 세력에 자신과 배우자의 신분증을 맡기고 거래를 사실상 일임했고 주가조작에 이 계좌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투자자들도 임씨와 비슷한 상황이어서 임씨가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임씨가 피해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임씨가 사전에 주가조작 목적을 인지한 상태로 투자했는지 여부가 혐의를 판단할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피해자 vs 공범…"주가조작 사전에 알았느냐"에 달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임씨를 투자 피해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임씨는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올해 초 주가조작 일당에게 자신과 배우자의 신분증을 맡기고 일당이 부부 명의로 30억원을 대리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과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 일당이 임씨를 포함해 다수 투자자로부터 끌어모은 돈으로 SG증권발 주가폭락사태를 일으켰는지 여부를 각각 수사와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범행을 인지한 상태였는지가 임씨의 공범 여부를 판단할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임씨를 포함해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목적을 알면서도 투자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 소송 전문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시세조종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공모한 정황이 밝혀지면 임씨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송무 전문 김유범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투자자가 돈을 빌려준 사실만으로는 혐의를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결국 임창정씨가 주가조작 세력의 주가조작 행위를 사전에 얼마나 인지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7일 서울 강남구 'SG증권발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사무실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가수 임창정을 비롯해 약 1500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이 사건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주식을 사고 팔며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4.2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신분증까지 맡기고 30억 투자'…"의심 사유"

주가 조작 세력은 기존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이른바 다단계 방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모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이번 범행을 주도한 인물이 주가조작에 능통한 남성 A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는 임씨 외에도 연예인·의사·청담동 현금부자를 포함해 파악된 인원만 1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 금액은 대다수 10억원 이상, 최대 100억원을 투자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폭락사태에 연루된 전체 투자액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범죄 전문 변호사는 "엄격하게 따지면 계좌를 빌려주고 자금만 대더라도 공범"이라며 "총책과 직접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단계적, 순차적으로 공모했다면 투자 피해자인 동시에 공범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유범 변호사는 "주가조작 사건의 투자자가 공범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투자자가 주가조작에 실패하고 나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에 따라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일당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해당 휴대전화로 통정거래를 하거나 일부 거액 투자자에게는 노트북을 지급한 뒤 약속한 시간에 원격으로 접속해 투자자 대신 주식을 매매하며 주가를 조작한 수법을 쓴 의혹을 받는다.

앞서 24일 외국계 증권사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나온 일부 종목 주가가 급락했으며 이날까지도 일부 종목 주가가 70% 이상 크게 떨어졌다.

남부지검 합수단은 사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주가조작 일당 10명의 출국을 금지했으며 10명 외에도 범행에 가담한 일당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투자금을 모은 투자컨설팅업체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관계자 명의의 업체 등을 이날 압수수색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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