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일사불란하게!

■ 일회용품 사용 규제 필기 고사

1. 다음 중 카페 내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품이 아닌 것은?
①일회용 컵 ②일회용 설탕 ③플라스틱 빨대 ④플라스틱 포크

2. 다음 중 법적으로 일회용 우산 비닐 제공이 금지된 곳은?
①편의점 ②헬스장 ③대형마트 ④은행

3. 다음 중 식당 내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품이 아닌 것은?
①식수용 종이컵 ②물티슈 ③비닐 식탁보 ④나무젓가락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2022년 11월24일부터 카페, 식당,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금지 품목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간 규제에서 빠져 있던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우산 비닐 등의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와닿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동네 카페에서 잠시 타자를 멈추고 둘러보니 손님들 모두 플라스틱 빨대를 꽂아 음료를 마시는 중이다. 매장에는 빨대가 비치돼 있어 누구든 빨대를 사용할 수 있다. 실은 엄연한 범법 행위다. 카페 안에서는 빨대는 물론 플라스틱 컵, 종이컵, 포크와 스푼 등 일회용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플라스틱 빨대는 테이크아웃을 하는 손님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백화점, 대형마트, 대규모 체육시설의 경우 일회용 우산 비닐 제공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편의점, 은행, 동네 헬스장 등 작은 가게는 포함되지 않는다. 식당의 경우 일회용 컵, 비닐 식탁보, 나무젓가락 등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물 따라 마시라고 테이블에 놓여 있는 종이컵은 그 자체로 일회용품 규제 위반이다. 규제에서 빠진 일회용품은 크게 자판기 종이컵, 물티슈, 앞치마다. 자판기 커피는 계산 후 들고 나가므로 테이크아웃으로 볼 수 있고, 앞치마는 예전의 천 앞치마에서 일회용 비닐 앞치마로 변경된 속도를 법이 미처 따라잡지 못해서이다. 다만 물티슈는 원래 일회용품 사용금지 품목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규제에서 빠졌다.

결국 시민들이 나섰다. 이름하여 일사불란(일회용품 사용 불가 안 하냐?)’. 약 40일 동안 자발적으로 나선 352명이 1409곳의 카페, 식당, 대형마트를 방문해 일회용품 규제를 조사해보았다. 그 결과 일회용품 규제를 어긴 곳이 약 60%나 되었다. 카페에서 가장 규제를 많이 어긴 품목은 플라스틱 빨대로, 조사한 카페의 63%에서 사용 중이었다. 종이 빨대로만 바꿔도 규제에 걸리지 않는데 말이다. 플라스틱 빨대가 사용금지 대상인지 몰랐다는 카페 이용자도 많았다. 식당의 경우 물컵으로 종이컵을 제공하는 경우가 43%였고, 우산 비닐을 사용하는 대형마트도 절반이나 됐다. 모두 법에서 금지한 일회용품이다. 원인은 바로 “규제는 하되 단속은 하지 않는다”고 궤변을 늘어놓은 정부 당국이다. <정의론>을 쓴 존 롤스는 “제도는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들이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소망까지 결정한다”고 했다. 일회용품 사용금지 제도가 망가지면 일회용품 없는 삶이 가능하다는 기대와 소망도 사라진다. ‘일사불란’에 참여한 시민들이 붙잡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것 아니었을까. 카카오맵에서 이들이 발품을 팔아 찾은 ‘일회용품 없는 가게’ 지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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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