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성명’ 더 끈끈해진 한·미·일, 더 견고해진 중국 견제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등 명시
중국 겨냥 공급망·수출통제 협력 확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은 지난해 5월 두 정상의 첫번째 공동성명과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확인된 ‘한미동맹 역할 확장’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기조를 한층 명료한 언어로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양국은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추진하는 공급망·수출통제 협력을 확대하고 경제적 강압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정식 명칭이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인 이번 성명은 글로벌→지역→양자 협력으로 나아가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정상회담 성명에선 확장억제 강화 등 북핵 위협 대응과 경제·기술 협력 등 한·미 양자 이슈를 먼저 다뤘다. 올해는 한·미 정상이 확장억제에 관한 별도 문건인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데다, 한국의 국제적 역할 확대를 기대하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협력 범위를 사이버 공간과 우주로까지 넓히겠다는 구상도 구체화됐다. ‘동맹은 사이버 공간, 우주에 적용된다’는 직접적인 문구와 함께 구체 협력 분야를 나열했다. 또한 전략적 사이버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와 한미 우주탐사 협력 공동성명을 각각 채택했다.
역내 안보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3국 협력을 더욱 심화하겠다는 구상도 분명히 했다. 성명은 두 정상이 “공동의 가치를 따르고, 혁신을 동력으로 하며, 공동의 번영과 안보에 대한 의지에 기반을 둔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11월 프놈펜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대잠전·해상미사일방어훈련 정례화 등을 명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조치”를 환영하며 한·일 간 협력 확대도 지지했다.
경제 분야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뚜렷해졌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성명에는 ‘경제적 강압에 함께 대항한다 정도로 언급됐는데, 이번 한·미 성명은 “경제적 강압과 외국기업과 관련된 불투명한 수단의 사용”에 대해 우려,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입장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이 중국이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판매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부족분을 채우지 말도록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팩트시트에는 공급망 안보 협력 확대·수출통제 협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과 반도체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 한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언급은 지난해보다 좀더 구체화됐다. 지난해에 “러시아의 추가적인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양국이 취한 각자의 조치들의 효과적 이행을 보장한다”는 정도로 언급됐던 우크라이나 부분은 이번 성명에서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 “민간인과 핵심 기반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의 행위 규탄” 등으로 좀더 나아갔다.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로 논란이 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과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양국이 기울여 온 최근의 노력을 평가했다”며 “동 법이 기업활동에서 예측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이 제기된 IRA의 배터리 광물 세부 규정이나 반도체법의 중국 투자 제한 가드레일 세부 조항에서 한국 측 입장을 어느정도 반영했다는 인식을 담고 있지만, 기업들이 처한 근본적인 불확실성 해소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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