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커비 美 NSC 조정관 “한미, 한반도 핵공격 대응 협의 수단 갖게 돼”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4. 27. 15:03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현지시간) “한미 핵협의그룹(NCG)은 새롭고 중대한 역사적 조치”라며 “한미는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떠한 잠재적 핵 공격에 대해 상호 대화(mutual dialogue)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핵 공격 가능성을 동맹국과 논의하는 것은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조치”라며 “NCG는 한반도에 있을 수 있는 핵 공격에 대해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하는 등 한미동맹에 새롭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한국이 확장억제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만약 NCG가 확장억제에 대한 진정한 대화와 의미 있는 협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믿지 못했다면 한미 정상이 이를 발표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가 함께 NCG를 창설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덧붙였다. NCG를 통해 확장억제 공동기획·실행에 한국이 실질적으로 참여를 보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해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이런 행동은 어떤 정권이든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핵 사용 시 정권 종말’을 직접 언급한 것에 대해선 “미국은 우리의 모든 군사력을 한반도 방위 약속을 지키는데 사용할 것”이라며 “핵잠수함의 전개는 우리가 광범위한 군사적 역량을 사용할 것임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밝혔다.
이어 커비 조정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한국의 약속을 재확인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우리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나 전략무기 상시 배치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에는 선을 그은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비확산 정책은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워싱턴 선언이 북핵 억지에 충분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엔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외교 해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핵·재래식 전략을 통한 억제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며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북한이 하는 일을 다 알고 있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분쟁은 핵 위기로 갈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물론 어떤 나라도 한반도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재래식 전력은 물론 핵 군사적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문제”라며 “만약 한국의 대답이 ‘그렇다’라면 우리는 한국이 앞으로 무엇을 지원하든지 감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를 위해 향후 미국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우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감사한다”며 “한국, 일본과 동맹인 미국은 3국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사분야는 물론 경제분야에서도 3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3국 협력 강화) 기회에 무척 흥분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쿼드(Quad) 정상회의는 (한미일) 3국 협력의 강화가 특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해군 제독을 지낸 커비 조정관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해군으로써 한국에 여러 번 방문했으며 한국을 사랑한다”며 “하지만 백악관 전체가 한국 문화로 장식되고 양국간 우정을 즐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흥분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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