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납품하는 공장 건물, 상가임대차법 적용될까?[부동산 빨간펜]

정순구 기자 2023. 4.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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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피해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던 상가 등 상업시설에 최근 고금리 기조와 경기 불안이라는 악재가 덮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출로 건물을 사들인 임대인들이 금리 인상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기도 하고,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임차인들이 월세를 연체하거나 미납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은 2021년 130건에서 지난해 179건으로 증가했습니다. 부동산 빨간펜에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상가임대차법)’과 관련한 질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의 자문을 통해 구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봤습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상권이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도 늘고 있다. 사진은 임차인이 빠져나가 공실인 상가에 붙은 임대문의 공지. 동아일보 DB

Q. 안녕하세요. 부동산 빨간펜 구독자입니다. 경기 용인시에 공장을 보유한 임대인입니다. 2020년 10월 임차인과 월세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10월 계약 기간(2년)이 만료됐습니다. 현재 임차인은 해당 건물이 ‘상가’라며 상가임대차법에서 보장하는 10년의 임대 기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은 야채를 전 처리해 식당이나 제조사납품하는 식품제조가공업으로 영업 신고를 한 상태입니다. 건물에서 고객에게 직접적인 대면 판매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때 제가 보유 중인 건물이 공장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상가건물과 관련한 분쟁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꼭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큰 갈등 없이 현명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알려드리면 판매를 위한 시설이 따로 없다면, 구독자 소유의 건물은 공장으로 판단될 여지가 많습니다.

상가임대차법의 목적 자체가 ‘상가’의 임대차에 관한 법이기 때문인데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항 본문, 제3조 제1항을 보면 해당 법이 적용되는 임대차 계약은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을 영리 목적의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상가건물에 해당하는지는 공부상 표시가 아니라, 건물의 현황·용도 등을 고려해 영업용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단합니다. 즉,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느냐로 판단한다는 거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상품을 보관·제조·가공하는 공장이나 창고는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 즉 해당 건물에서 물건을 손님들에게 사고 파는 행위가 함께 이뤄질 경우 상가건물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현재 구독자 소유 건물에서는 상품의 보관·제조·가공 외에 다른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따라서 상가건물이 아닌 공장으로 판단될 소지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공장 내 판매를 위한 시설이 없다면 영리 목적의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이런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Q. 2020년 10월 계약 당시 임대료는 증금 5000만 원, 월세 550만 원입니다.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 환산보증금의 규모가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임차인과 맺고 있는 월세 계약은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인가요?

“상가임대차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해당 법은 상가건물의 임대차(임대차 목적물의 주된 부분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에 적용합니다. 다만,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는 예외라고 규정합니다. 보증금이 비싼 상가의 경우 영세 상인보다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임차인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큰 만큼 상가임대차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대통령령은 지역별로 상가임대차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보증금 기준을 다르게 정해 뒀습니다. 서울은 9억 원을 초과하는 상가부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부산에서는 임대차 계약이 6억9000만 원을 넘기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 규모는 ‘보증금+(월세x100)’으로 환산해 계산합니다. 구독자 건물의 환산보증금은 6억 원인 셈이죠. 건물 소재지인 경기 용인시의 경우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환산보증금 기준은 5억4000만 원입니다. 따라서 구독자가 임차인과 맺은 월세 계약은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상가임대차법 적용 제외 환산보증금 기준
(단위: 원)
지역
환산보증금 기준
서울
9억 초과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
6억9000만 초과
부산
광역시(과밀억제권역, 군지역, 부산 제외)
5억4000만 초과
세종, 경기 파주·화성·안산·용인·김포·광주시
그 밖의 지역
3억7000만 초과

Q. 임차인과 맺은 월세 계약이 상가임대차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면, 연 5% 이상의 임대료 인상도 가능한가요?

“상가 임대료 인상 규정은 상가임대차법 제11조(차임 등의 증감청구권)에 명시돼 있습니다. 임대료 증액은 청구 당시의 차임(임차해서 사용하는 물건을 대가로 내는 금전 또는 그 밖의 물건) 또는 보증금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죠. 증액 청구가 가능한 시점은 임대차 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 등의 증액 이후 1년이 지나야 합니다.

다만, 구독자 건물의 임대차 계약은 환산보증금이 상가임대차법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 5% 이상의 임대료 인상도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Q. 임차인이 임대료 지급 기한을 제대로 준수한 적이 없습니다. 임대료 지급 약속 일자는 매월 5일이지만, 매번 사전 양해 없이 10~15일 늦게 임대료를 송금했습니다. 이 경우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나요?

“법적으로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다만 임차인이 3기(3개월)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했다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죠.

구독자 건물은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위 조항은 환산보증금과 관계없이 예외적으로 모든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에 적용합니다.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했다는 의미는 누적 차임 연체액이 3기분에 도달한 때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임대료를 연체하지 않고 있지만, 계약기간 중 총액 3개월의 임대료를 연체한 사실이 있다면 이 역시 계약 갱신 거절 사유입니다. 구독자 사례는 건물이 상가에 해당한다고 가정할 경우, 누적 차임 연체액이 1650만 원(월 임대료 550만 원x3개월)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갱신 요구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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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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