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반도체·2차전지’에 달라진 충청북도
최근 충청북도가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난 1월 페이스북에 ‘대통령님 저 정말 미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규제 철폐를 촉구했다. 그는 “감방 갈 각오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하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김 지사가 글을 올린 것은 ‘오송3산업단지 조성 사업’ 때문이다. 오송3산단은 2020년 10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업 목록에도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지 부지 지정 해제에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오송 3단지는 사업 대상지 6.7㎢(205만 평) 중 93%가 절대농지여서 농식품부의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 현행 농지법은 1만㎡(3025평) 이하만 시·도지사가 직권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만㎡ 이상은 농식품부 장관이 해제해야 한다.
충북도가 추진하는 오송3산단은 반도체, 2차전지, 화장품, 바이오 등 총 190개 업체가 입주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기에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캠퍼스와 국제고 설립 계획도 세웠지만, 진척이 없다. 김 지사는 조선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불합리한 규체 철폐 없이는 대한민국과 충북 경제의 재도약은 없다. 오죽하면 글을 썼겠느냐”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규제 개혁, 행정 절차 간소화 등에 앞장서 왔다.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주요 기업별로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주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각종 인허가 절차에 대한 선허가, 후평가 등 ‘패스트트랙’ 정책도 마련했다.
투자 유치에 장애가 되는 규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소통해나갔다. 지난 10일에는 충북 규제혁신 TF를 구성하고 전 부서별 규제관리 책임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규제 혁신을 공무원 평가 등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재계에서 바라보는 충북의 위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기업의 도시’라고 하면 경기도 수원(스마트폰, 가전), 안산(공단), 판교(ICT), 평택(반도체), 이천(반도체), 경북 구미(휴대폰), 포항(제철소), 울산(자동차, 중공업), 전남 여수(화학) 등이 대표적이었다. 충북하면 선뜻 오르는 기업이나 제품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재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1분기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10개 기업 중 3개(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기업도 충북에 공장을 두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설계와 공정 기술의 핵심 기지로 청주를 선택했다. 청주시 오창에 총 6000억원 투자해 ‘마더 라인(Mother Line)’을 구축한다. SK하이닉스는 15조원을 투자해 청주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기업이 몰리자, 청주뿐만 아니라 음성, 충주 등에도 반도체와 배터리 협력사들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충북 지역에 투자하겠다는 금액만 총 31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8조가 반도체·ICT, 7조가 2차전지였고, 제약·바이오 1조5000억원이었다. 그 결과 2018년 충북의 수출액은 232억3300만달러(약 31조996억원)였지만, 반도체와 배터리 수출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액은 324억1100만 달러(약 43조3886억원)로 28%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로 보면 울산(17.5%), 대구(25.4%)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구미, 포항 등이 있는 경남은 오히려 수출액이 13.2% 감소했다. 2021년 말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도 울산을 추월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비전과 과제로 선정했다. ‘수도권 쏠림-지방소멸’의 악순환을 끊어 지속 가능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균형발전은 지자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 2, 제 3의 충북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파와 함께 지자체에 대한 권한 강화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박성우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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