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부고' 문자 보낸 태백시장, 경찰에서 관련 혐의 수사

지역 단체, 지난달 개인정보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
권익위 조사 결과 직무 관련자 200명에 발송…"행동강령 위반"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지난해 말 계좌번호가 담긴 모친상 부고 문자메시지를 다수의 시민에게 보낸 이상호 강원 태백시장이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가운데 경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선다.

27일 강원경찰청과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따르면 검찰은 이달 초 사건을 강원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송했다.

검찰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죄와 고발장에 적시된 청탁금지법 위반 내용이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

경찰은 앞으로 고발인 등 관련자들과 이 시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태백희망네트워크, 태백민주포럼, 포럼강원세상은 지난 3월 31일 이 시장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상호 시장은 지난해 12월 초 모친상을 알리는 메시지를 지인 등에게 보냈다.

메시지에는 상주인 이 시장의 이름, 빈소 정보 등을 비롯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조문이 쉽지 않기에 불가피하게 계좌를 알려드린다'는 취지의 메시지와 함께 계좌 정보를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문자가 이 시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시민에까지 보내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무작위 발송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고발장을 낸 시민단체들은 "이 시장은 공직자의 경조사 통지 제한을 둔 태백시 공무원 행동강령을 명백히 위반했고, 이 과정에서 시민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대량 취득한 경위에 분명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와 SNS에 공지된 계좌를 통해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금액을 초과하는 부조금을 취한 사실이 있어 정밀 수사가 필요하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일 이 시장이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이 시장이 부고를 보낸 직무 관련자는 200여명으로 조사됐다. 직무 관련자 중에는 태백시에서 약 5억6천만원 보조금을 받고 결산 절차를 진행 중인 업체 대표도 있었다.

정무직인 이 시장은 지방공무원법상 징계 대상이 아니어서 정부 차원의 징계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권익위는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통지해선 안 된다.

또 종교단체·친목단체 회원 등 통지가 가능한 사람에게서 경조사비를 받더라도 청탁금지법에 따라 축의금·조의금은 5만원, 화환과 조화를 포함하면 총 1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최근 논평에서 "이 시장이 국민권익위에 금융거래 명세를 내지 않는 등 비협조로 일관해서 부조금 가액 범위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하며, 이는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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