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 일본 내 반응···“획기적이나 구체적 진전 아냐” “핵 공유 받고 대중 수출 규제책에 묶여”
일본 매체들은 2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루며 향후 한·미·일 3국 안보 공조 강화 방안에 촉각을 기울였다.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매체들은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한·미 핵협의 그룹’(NCG)이 신설되고 한국이 미국 핵 자산의 기획·실행 등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며 한·미·일 협력 확대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음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방안이 조율 중이라며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내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확장 억제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끌어낸 것은 큰 의미라면서도, “획기적이지만 구체적 진전이 없다” “핵 공유를 받고 수출 규제에 묶였다”는 등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진보 겐 게이오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핵 사용과 관련한 계획이나 의사결정에 한국이 관여하게 된 것은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 북한의 전술핵증강에 대한 억지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이번 선언은 한국에서 커지고 있는 ‘독자 핵무장’에 대한 요구를 진정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에노 야스야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이용한 반격을 검토할 경우 한국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았지만, 대신 한국이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한 것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인정하면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우려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에 ‘사탕’을 주고 동아시아 안보체제를 굳건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네기시 히로시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국은 그동안 한국이 강하게 요구해 온 ‘핵 공유’에 응한 셈이지만, 전기차·반도체 등 대중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괴로운 입장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한미 간 핵 공유 강화가 핵 기피 정서가 강한 일본에 큰 숙제를 남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무라 간 고베대학 교수는 “한미 관계 강화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에게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다음달 G7 정상회의 초대로 이어지는 외교 일정의 하이라이트”라며 이번 선언 이후 강화된 한미 관계 강화 속에 일본이 어떻게 관여할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겨졌다고 짚었다. 기무라 교수는 “핵에 대한 기피정서가 더 깊은 일본에서는 핵 공유나 핵을 탑재한 핵잠수함이 기항하는 문제 등을 논의하는 데 장애물이 더 많다”며 “이번 선언이 일본에는 더 큰 숙제를 남겼다”고 평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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