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메이플의 '이유 있는' 장수 비결
2003년 출시돼 현재까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게임이 있다. 올해로 스무 살 생일을 맞이한 넥슨 MMORPG '메이플스토리'가 그 주인공이다. 출시 연도에 태어난 아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정도의 긴 시간이다.
올드 게임 중에서도 최고참 라인이 된 메이플스토리의 유저 평균 연령은 무려 26세다. 지난해 6월 서비스 7000일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강원기 총괄디렉터가 직접 밝힌 정보다. 달리 표현하자면 출시 당시 초등학교를 다니던 학생이 20, 30대로 성장해서도 여전히 메이플스토리를 즐긴다는 말이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년 동안 무수히 많은 게임이 시장에 쏟아졌다. 그 중에서는 소위 '갓겜'이라고 부르는 대작들도 많다. 트렌드에 민감한 밀레니엄 세대이기에 이탈 가능성은 차고 넘치는데도 이들은 여전히 메이플스토리를 즐기고 있다.
단순히 '추억보정'이라고 치부하기는 힘들다. 2000년대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게임이 꽤 있었다. 그중에서는 현재까지 서비스하는 게임도 있지만 메이플스토리의 위상과 어깨를 나란이 하는 게임은 거의 없다. 메이플스토리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 밀레니얼 세대 감성 사로잡은 도트 그래픽
먼저 주 유저층의 성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메이플스토리 유저의 평균 연령은 만 26세로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가 상당히 많다.
지난해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MZ세대의 게임 이용 행태와 인식'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주로 즐기는 PC게임 장르는 후기, 전기 관계없이 RPG/MMORPG 장르가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한판 한판이 빠르게 끝나는 AOS, 혹은 FPS 장르를 선호하는 'Z세대'와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MMORPG 장르인 메이플스토리의 유저층 연령대가 26세인 것은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RPG게임이 있다. RPG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왜 메이플스토리를 선택한 것일까.
메이플스토리만의 독보적인 도트 그래픽 영향이 크다. 특히 도트 기반 MMORPG 중에서는 독보적인 선명도와 편안한 색감을 지녔다. 더욱이 픽셀 아트는 당시 오락실에서 즐긴 아케이드 게임을 통해 많이 접해온 만큼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익숙하면서도 거부감이 없다.
더욱이 현재 메이플스러운 그래픽을 가진 MMORPG는 전무하다. 더 넓게 모든 장르 내에서 놓고 봐도 메이플스토리가 가진 감성을 지닌 픽셀 아트는 없다. 유저들 역시 MMORPG 홍수 속에서 다시 메이플스토리에 돌아오는 이유 중 하나로 '도트 감성'을 꼽는 이들이 많다.
17년차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권진영은 '메이플어스'에서 "게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요소 중 하나는 바로 그래픽이다"라며 "시각을 통해 우리를 빠르게 게임 속으로 안내하는 그래픽은 유저들이 시·공간적 제약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메이플스토리는 오랜 서비스를 통해 완성도 있는 아트와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회에서 발표한 '국내 온라인게임에 나타난 인물 캐릭터디자인에 관한 연구'에서는 "메이플스토리는 비트맵 방식으로 제작된 게임으로 귀여운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아이템, 다양하고 디테일한 게임배경 등을 통하여 시각적 즐거움 꾸미는 재미가 강점이다"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작품 흡인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에 게임의 사업적 성공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임 세계관에 맞춰 독특한 조형성을 갖춘 캐릭터를 통해 차별성을 확보한 것이 성공 요인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즉, 메이플스토리가 20년간 정상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RPG를 선호하면서도 도트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유저를 모두 흡수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 친구따라 강남 가게 만드는 메이플 커뮤니티
수많은 유저를 흡수한 메이플스토리는 우여곡절이 많음에도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게임엔진 회사 '유니티'가 '멀티플레이어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멀티게임 유저가 게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으로 '친구들이 이미 플레이 중인 게임'과 '게임 안에서 친구와의 채팅 기능'이 각각 34%, 31%로 2, 3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친구들이 이미 플레이 중인 게임이다. 이미 수많은 유저가 즐기고 있는 메이플스토리는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지닌 셈이기 때문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처럼 친구가 메이플스토리를 즐기고 있다면 "재밌나?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친구와의 채팅 기능 역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메이플스토리가 가진 커뮤니티성은 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1채널 헤네시스 광장', '메이플챗' 등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고 인연을 쌓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게임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는 계속 게임을 즐기게 만들며 흔히 '없데이트' 기간에도 접속하게 만드는 이유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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