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대 20년 만에 정원 늘어…서울대 반도체학과 등 쏠림 우려
올해 고3이 입시를 치르는 2024학년도부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을 비롯해 전국 대학 22곳에서 첨단분야 학과 정원이 1800여명 늘어난다. 특히 서울대에 반도체학과가 신설되는 등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여년 만에 정원이 순증하면서 인재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2024학년도 일반 4년제 대학의 ‘첨단분야와 보건의료분야 정원 조정 결과’를 공개했다. 수도권에서는 기존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을 늘리거나 새 학과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21곳에서 5734명 정원 순증을 신청해 최종적으로 10곳, 817명(14.2%)이 승인을 받았다. 비수도권에서는 13곳에서 1307명 순증을 신청해 한 곳을 제외한 12곳이 모두 1012명(77.4%)의 순증을 승인 받았다. 분야 별로 보면,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 순증된 인원이 65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래차·로봇이 339명, 에너지·신소재 분야 276명, 바이오 262명, 인공지능(AI) 195명 순이다.
수도권에서 정원을 순증하는 대학은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 등 10곳이다. 서울대의 순증 규모가 가장 컸는데, 차세대지능형반도체·디지털헬스케어·혁신신약·지속가능기술 등 총 4개 전공을 묶은 218명 규모의 첨단융합학부를 새로 만든다. 고려대는 기존 전기전자공학학부 정원을 56명, 연세대는 인공지능학과 정원을 24명 증원한다. 비수도권에서는 경북대·연세대 분교·전남대·전북대·충북대·충남대 등 12곳에서 정원이 순증된다. 12곳 중 연세대 분교와 울산대를 제외한 10곳은 국립대다. 경북대가 반도체·에너지 등 6개 전공에서 294명을 추가로 확보해 순증 규모가 가장 컸다.
수도권 대학 정원 순증이 승인된 것은 2000년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의 정원 총량 자체를 순증하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지양해왔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편입학 여석이나 결손 인원을 끌어와 학과를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일은 있었지만 대학 편제 정원(대학의 정원 총량) 안에서 이뤄졌다. 이런 방식으로 수도권에서 2021학년도에 1374명, 2022학년도에는 1106명, 2023학년도에는 312명 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번 순증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11만7145명)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이 실제 모집·운영한 ‘현원’ 대비 법정 정원 사이의 여유분(7975명)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 발전에 주력할 수 있도록 첨단 분야에 한해서는 순수하게 정원을 늘려서라도 인력 양성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을 통해 첨단분야의 경우 기존 학과 신·증설 4대 요건(교지·교사·교원확보율·수익용 기본재산)을 완화해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첨단분야 정원 증원이 용이하도록 한 바 있다.
수치상으로는 비수도권 대학의 순증이 더 많지만 기존에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에 사실상 수도권으로의 인재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비수도권 대학에서 첨단학과를 육성해왔지만 취업 혜택이 보장됐을 때만 그나마 유인할 동기가 됐다”며 “이번에도 서울 등 수도권 정원이 먼저 채워지고 지방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수도권 정원을 늘리면 서울로 인재가 몰리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며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보건의료 분야 정원 조정 방안도 발표했다. 간호학과의 경우 39개 대학에 410명, 임상병리학과 11개 대학에 27명, 약학과 8개 대학에 17명, 치과기공학과 1개 대학에 30명, 작업치료학과 5개 대학에 48명을 배정했다.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정원을 배정받은 대학은 해당하는 인원만큼 타학과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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