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적 실리 못 챙겨···핵심산업 아무 성과 없어”
삼성·SK 중국공장 어떡할지 막막
워싱턴 선언도 말의 성찬에 불과해”
유승민 전 의원이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초라한 성적표”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경제적 실리를 챙기지 못했고 안보 분야에서도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한·미 정상회담의 초라한 성적표는 큰 실망”이라며 “첫째, 경제적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산업에서 미국의 Chips(칩스)법과 IRA(인플레이션감축법)가 우리 기업들에게 가하는 차별과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유 전 의원은 미국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확대를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동맹인 한국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 무역, 투자를 계속할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받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아무 성과가 없었다”며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던 삼성, SK 등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 공장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제재받을 경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을 자제해야 한다는 황당한 기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답이 없었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안보 분야 성과에 대해서도 말뿐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북핵 대응은 화려한 수사뿐이고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게임체인저는 없었다”며 “워싱턴 선언은 기존의 핵우산, 확장억제에 화려한 수사만 덧붙인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미 정상이 미국 핵 자산의 기획·실행 과정에 한국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핵협의그룹(NCG)의 협의는 나토의 핵기획그룹(NPG)의 기획보다 못한다”며 “기존에 이미 해오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본질이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나토 5개 회원국에 B-61 핵폭탄 150~200여발을 배치했는데, 우리는 핵무기가 없다”며 “미군의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이 정례적으로 온다지만 며칠 있다 가버리면 그만”이라고 짚었다.
유 전 의원은 “워싱턴 선언은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한다는데, 우리 국민 대다수가 신뢰하지 못한다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근거로 완전히 신뢰하는지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한국이 미국에게 ‘지속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동맹 간에 쓸 수 없는 무례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1994년 미국·러시아·영국이 우크라이나 등 국가의 핵 폐기를 대가로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보장했던 ‘부다페스트 각서’를 거론했다. 미국이 워싱턴 선언에 합의한 데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워싱턴 선언이 우리에게 부다페스트 각서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 중국, 러시아는 속으로 웃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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