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산부인과 폐업? '저출산 영향에 경영난'

- 중국 최대 민영 산부인과 전문병원의 분원, 전기와 수도 끊겨

베이징 허메이 산부인과 의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최대 민영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저출산 영향으로 직원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전기와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등 경영난에 봉착했다.

27일 경제관찰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허메이 산부인과 의원의 베이징 바이쯔완 분원 수도와 전기가 지난 17일 갑자기 끊겼다.

이 병원이 건물 임차료를 장기 연체하자, 건물주가 이 같은 조치를 했다. 병원의 수도와 전기는 경찰이 개입한 후에야 되돌아왔다.

산모 왕모씨는 “병원 측은 회복될 때까지 진료를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식사는 물론 따뜻한 물조차 제공되지 않아 서둘러 퇴원했다”며 “유명한 고급 병원이라 5만위안(약 970만원)의 진료용 고객 카드를 구매해 입원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지난 1월 경영난으로 임차료를 장기 연체해 더는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기존 입원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공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왕씨 등 이 병원에 입원했던 많은 임신부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경제관찰보는 전했다.

이 병원의 밀린 건물 임차료는 2800만위안(약 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료진 급여도 장기 체불된 것으로 전해졌다.

왕씨처럼 고객 카드를 구매, 이 병원을 이용했던 수백명의 회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으며 수백명의 의료진과 납품 업체들은 체납 임금과 밀린 물품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

이 병원이 판매한 고객 카드 가운데 VIP용은 10만위안(약 19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내부 관계자는 “의료진 체납 임금과 회원비가 각각 1000만위안(약 19억원)에 달하며 코로나19 백신 등 의료 물품 미납 대금도 3000만위안(약 57억원)”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설립된 허메이 병원은 한때 바이쯔위안 분원을 비롯해 전국에 17개의 분원을 거느리며, 홍콩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된 중국 최대 민영 산부인과 전문병원이다.

2016년 시행된 두 자녀 허용 정책으로 반짝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환자가 감소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다 2021년 증시에서 퇴출당했고, 대부분 분원이 매각되거나 문을 닫으며 사양길을 걸었다.

이 병원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임금 및 대금 체불, 많은 부채로 인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13.57명에 달했던 중국의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이 지난해 6.77명으로 급감했고, 신생아 수는 2016년 1880만 명에서 작년 950만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