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카페]"주소 모르는 상대방과 소송을 할 수 있을까"…공시송달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상대방 주소를 모르는데도 소송을 할 수 있을까요?". 법률 상담에서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다.

보통 소송은 원고나 검사가 제출한 소장이나 공소장과 같은 소송 관련 서류를 법원이 상대방에게 보내면서 시작된다.

법원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대방 주소를 확보해 소송 관련 서류를 등기우편 등의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보내는 절차를 '송달'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상대방과 연락이 닿는 현재 주소지나 전화번호 등을 알 수 없다면, 이 경우는 공시송달이 선택된다.

공시송달은 주소지나 연락처가 불명확해 상대방에게 일반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송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송달할 서류를 게시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법원사무관 등이 송달할 서류를 보관하고 그 사유를 법원게시판에 게시하거나 관보·공보 또는 신문에 게재 또는 전자통신매체를 이용해 공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시송달이 완료되면 소송 상대방에게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해,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된다.

재판 과정은 보통 당사자들이 각종 소송 관계 서류를 제출하고 송달받는 것의 반복이다. 때문에 송달은 소송 진행에서 가장 기본적 절차인 셈이다. 이를 통해 자신과 상대방이 어떠한 주장과 증거가 법정에 제출하는가를 인지해 대응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법원에서 보낸 송달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도 다양한데, 이사를 했다거나 장기 여행이나 장기출장, 외국인이라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이민 등이다. 또 허위로 주소를 기재하는 것도 생각보다 많고, 소송 상대방이 감옥에 있는 경우도 있다.

공시송달은 게시한 날부터 2주(외국 공시송달은 2개월)가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 이 기간은 단축할 수 없다. 다만 같은 당사자에게 하는 이후 공시송달은 게시한 다음날부터 효력이 있다.

공시송달은 민·형사 등 다양한 소송에서 이뤄지는데, 예를 들어 임차인이 전세 계약이 종료돼 나가려고 하는데, 임대인(집주인)이 현재 돈이 없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이유로 잠적하는 경우가 있다. 일정 기한이 지나면 묵시적 갱신이 되는 것을 노린 방법이다. 이 경우 법원을 통해 공시송달로 묵시적 갱신을 막을 수 있다.

또는 배우자가 집을 나간 지 오래된 장기 별거나 실종 상태에서 이혼이나, 외국인과 국제결혼을 했다가 사이가 틀어져 본국으로 상대방이 돌아가버려 주소지 확인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이혼 소송도 있다.

북한을 상대로 한 가사사건이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공시송달은 활용된다. 탈북을 한 뒤 북한에 남아 있는 배우자를 향해 이혼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 등도 법원은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한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한재복씨 등 국군 포로 2명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국군 포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했고 북한이 항소하지 않아 420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2022년 11월에도 6·25 전쟁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북한 측은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공시송달로 판결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