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민노총, 조합원 일자리 뺏는 美 IRA는 왜 적극 반대 안 하나

손덕호 기자 2023. 4. 2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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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쏠렸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서 'IRA'로 검색하면 관련 행사는 지난해 9월 19일 '미국의 일방적 통상경제정책 규탄, 한국 정부의 종속적 경제동맹 탈피 촉구' 기자회견 1건만 나온다.

또 IRA 때문에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더 지으면 한국에서 채용을 확대하지 못하고, 금속노조는 조합원을 늘릴 기회를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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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질서에서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한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반도체법은 한국의 삼성과 SK가 미국에 공장을 짓게 하는 것을 넘어서, 보조금을 주는 대가로 중국 투자를 위축시키고 초과이익은 환수하며 민감한 영업 기밀까지 요구한다. 최근에는 중국이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부족분을 채우지 않도록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백악관은 이를 부인하지 않고 “중요 기술을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보도 내용을 사실상 긍정한 것이다.

IRA는 노골적으로 테슬라 같은 미국의 전기차를 우대하는 법안이다. 미국 정부가 IRA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기차 16개 차종에 현대·기아차는 빠지고 미국 업체 것만 선정됐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지만 2024년 말에나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방한했을 때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감사하다.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석 달도 지나지 않아 IRA에 서명했다.

두 법을 마주한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그러나 미국을 흠집 낼 일만 있다면 달려드는 한국의 반미 성향 단체들은 달랐다. 마치 두 법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듯 ‘한미동맹을 해체하라’거나, ‘한미연합훈련은 전쟁 연습이다’ 같은 수십년째 집회 현장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구호만 외쳤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서 ‘IRA’로 검색하면 관련 행사는 지난해 9월 19일 ‘미국의 일방적 통상경제정책 규탄, 한국 정부의 종속적 경제동맹 탈피 촉구’ 기자회견 1건만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동안 단 1건이다. 그마저도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중략) 반중무역질서를 강화하는 정책에 (중략) 균형 있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중관계’을 이유로 들었다. 이외에는 지난해 11월 한미일 3국 공조 강화에 반대한다며 낸 성명에 ‘IRA’라는 단어가 1번 등장한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도 마찬가지다. IRA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 판매가 타격을 받으면 금속노조의 주력인 현대차 조합원이 받는 성과급이 줄어든다. 또 IRA 때문에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더 지으면 한국에서 채용을 확대하지 못하고, 금속노조는 조합원을 늘릴 기회를 잃어버린다. 그런데도 IRA에 특별한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달랐다. 2008년 반미 성향 단체들의 대규모 시위는 미국을 압박해 한국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광우병 집회’는 순전히 선동 때문에 일어났지만,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벌여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도록 했고 수입검역체계도 강화했다

이번에 그러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IRA가 한미동맹에 대한 국내 지지 여론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반겼기 때문일 수 있다. 또는 단순히 북한으로부터 ‘퇴진이 추모다’ 같은 반도체법·IRA 관련 슬로건이 내려오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조가 무엇을 하기 위한 조직인지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노조가 한미연합훈련 반대를 외친다”며 비판한 적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비슷하게 생각한다. 만약 민주노총이나 다른 반미 성향 단체들이 공허한 반미 구호만 외치지 않고, 반도체법·IRA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면 어땠을까. 이들 단체에 부정적인 국민들도 일정 부분 공감하고 참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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