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경제협력 긍정적…중국에 했던 배팅, 이젠 한국에 몰릴 수도"
"몇 년 전 삼성은 모든 휴대전화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는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인해 중국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삼성은 난관을 잘 극복했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경쟁의 여파로 글로벌 안보·경제·통상 복합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3 키플랫폼'(K.E.Y. PLATFORM 2023) 총회1의 대담1 '가치 중심 세계관의 충돌 : 인권, 자유, 외교안보'에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자유와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형성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한미 경제·안보 파트너십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이날 대담에선 미국 최고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설립자와 피에로 토지 미국 의회 중국위원회 수석 자문위원, 데클란 갠리 리바다네트웍스 대표가 마주 앉아 미중 패권전쟁과 탈중국화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전망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앤서니 킴 헤리티지재단 리서치 매니저가 대담을 진행했다.
킴 매니저는 "과거엔 중국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해야 한다는 게 화두였지만 이젠 '중국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회피)이란 표현으로 전세계적인 논의가 이뤄진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고 했다.
퓰너 설립자 역시 "헤리티지 재단 회장으로 있던 1990년대만 해도 미중 관계를 호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켜야 한다며 미국의 모든 싱크탱크를 설득했다"며 "당시엔 중국이 국제 규범을 준수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곧 알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기업들은 중국시장의 불확실성을 체감하고 있다. 갠리 대표는 "폭스바겐 등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매력적으로 생각하지만 중국 시장은 한번 들어가면 벗어날 수 없고 돈과 원칙을 모두 버리게 된다"며 "중국 안에 자본이 들어가면 법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회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퓰너 설립자는 "몇 년 전 삼성은 모든 휴대전화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는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 결정으로 인해 중국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삼성은 난관을 잘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화도 중국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갖고 있었지만 몇 년 전 독일의 큐셀을 매입해 생산 기지를 조지아주로 옮겼다"며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한국 기업은 독재주의 국가와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워싱턴에선 핵 억제 확장력에 대한 논의도 나오는데 북핵 문제에서 촉발한 도전 과제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대표적인 핵 전력인 전략핵잠수함(SSBN)을 40년 만에 한반도에 파견하기로 했다"며 "한미관계는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와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협력의 정신이 긍정적인 결과로 도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미동맹을 경제적 협력으로도 풀어내야 한다는 게 대담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특히 한미 파트너십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중국시장의 쇠퇴가 가시화하는 만큼 미국과 함께 자유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자유주의 블록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킴 매니저는 "한국 기업들이 노동 여건 등을 고려해 미국 조지아주에 투자활동을 많이 벌인다"며 "한국 내 중견기업, 스타트업들도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지 수석 자문위원도 "최근 윤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한다는 발언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내 한류 등 한국은 문화적 영향력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넘어선 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갠리 대표는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한국을 지목하면서 향후 유럽에서도 중국 대신 미국과 한국을 새로운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국은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면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과거 중국에 배팅했던 사람들이 한국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유재희 기자 ryuj@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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